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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학생, 자세히 보면 다 예쁘다

새 학년도가 되어 모든 학교 마다 선생님들은 업무의 과부하가 걸려 모두들 힘들어 하는 시기다. 그럴 때마다 황량한 대지 위에서 발견하는 파릇파릇한 각종 새 싹과 형형색색의 꽃들을 보면서 한 시름을 덜기도 한다. 잠시 동안이나마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아이들과의 새로운 관계의 적응이란 힘겨움도, 쏟아지는 행정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도 떨쳐 버릴 수 있다.

 

지난 주말 인근 야산을 오르며 수많은 들꽃들을 보았다. 그 들꽃들은 대부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예쁘게 보이지 않는다. 우선 너무 작아서 쪼그리고 앉아 들여다보지 않으면 섬세한 그 꽃의 무늬와 빛깔을 알아채지 못한다. 무명의 풀꽃들은 섬세한 심미안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그 속살을 보여준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란 시에서처럼 말이다. “자세히 보아야 / 예쁘다 // 오래 보아야 /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어떤 대학교의 졸업식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수석으로 졸업하는 학생이, 총장이 전달하는 표창장을 한 손으로 덥석 빼앗듯이 받았다. 총장은 기분이 상했다. 그날 퇴근하는데 교문 앞에서 또다시 짜증이 났다. 학생 하나가 총장의 차를 막고서 길을 걸으며 비켜주지 않았다. 총장은 경음기를 두 번이나 울렸지만 그 학생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천천히 자기 길을 갔다. 다음 날, 그 총장은 교수 회의에서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그러나 조용히 듣고 있던 다른 교수들의 속마음을 총장은 알 리가 없었다. 한 손으로 표창장을 받은 학생은 신경섬유종이란 희귀병으로 오른팔을 들어 올릴 수 없는 학생이었고, 길을 비켜주지 않았던 학생은 청각장애가 심한 채로 학업에 열중하는 이 학교의 최고령 학생이었던 것이다. 이 일화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가. 다시 한 번 나태주 시인의 시를 마음속에서 공명시켜 보자. 자세히 보아야 / 예쁘다 // 오래 보아야 / 사랑스럽다 // 학생도 그렇다.

 

학교생활에서 자세히 보지 않아서 예쁜 것을 모르고 그냥 넘어갔던 사물들, 오래 보지 않아서 사랑스러움을 발견하지 못하고 그냥 떠나보냈던 학생들이 교사의 삶 속에 많이 있다. 교사인 우리, 교육자인 우리들은 학생들 하나하나의 속사정과 형편과 상황을 잘 몰라 오해하고 화가 났던 일들도 많다. 그럴수록 더욱 더 애정 어린 눈으로 학생을 바라보고, 그 학생이 처한 형편을 이해하고 나면 화날 일도 없고 속상할 일도 줄어들지 않을까?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타인은 지옥이다”고 했다. 하지만 학생은 지옥이 아니라 천국이라 믿자. 행복은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학생이 있어 교사의 존재와 의미는 빛난다. 학생, 자세히 보면 다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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