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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아이비리그 출신 김기영 대표의 IT교실] 초중등 AI교육, 어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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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테랑의 명대사 “어이가 없네”는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배우 유아인이 친절하게 설명했듯 어이는 맷돌의 손잡이를 뜻하기도 하는데, 맷돌을 돌리려고 할 때 맷돌의 손잡이인 어처구니(어이)가 없는 상황을 ‘어이가 없다’라고 표현한다.

AI(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 교육이 딱 그러하다. 어이가 없다. 디지털 시대에 맞춰 세계적으로 SW교육 붐이 일어나고 있다. 초중고 의무교육 시간을 늘리고 있으며 다양한 SW 커리큘럼을 도입하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아직 시스템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유의미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AI 교육은 다르다. 핫한 키워드를 사용한 포퓰리스트적 교육에 가깝다. AI는 하나의 종합 예술이다. 수학, 통계학, 인문학, 컴퓨터 공학적 기술 등이 두루 사용된다. 기초 학문에 대한 높은 수준의 이해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AI 전문가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질 수 없다. 그렇기에 아직 수학·과학·철학 등의 영역에서 기본적인 교육도 이수하지 못한 초중고 학생들에게 AI 교육부터 제공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극단적인 비유를 들자면 덧셈·뺄셈·곱셈·나눗셈을 배우고 있는 학생들에게 미적분을 알려주는 꼴이다.

그리고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창의력 교육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육체적 노동뿐만 아니라 아니라 지적 노동력까지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창의력’은 AI가 쉽게 침범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다. 기술은 고등교육과정을 통해서도 습득이 가능하다. 하지만 창의력은 얘기가 다르다. 초·중등 교육의 중요성이 절대적으로 높다. 초·중등 교육 과정에서 꼭 AI라는 기술을 교육해야 된다면, 기술 자체에 대한 교육보다는 이를 대하는 올바른 마음가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인문학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추가적으로 나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포용력, 대화를 통해 공통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을 배울 수 있는 교육 환경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물론, 진로 탐색의 목적으로 AI가 무엇이고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에 대한 ‘가벼운 소개’정도는 나쁘지 않다. 다만 교육부가 추진중인 AI 교육 방향은 재고가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여 AI 교사 5천명을 양성하겠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AI 교사라는 표현은 너무나도 애매모호하다. 키워드가 명확하지 않으면 방향성도 불투명해진다. 지금 교육 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인력은 컴퓨터공학 교육 전문가들이다. 수학·과학과 같은 과목들은 이미 많은 교육자들이 있고 이들에 대한 부족한 부분들은 보충적 교육으로도 보완할 수 있다. 하지만 컴퓨터공학은 얘기가 다르다. 일단 절대적으로 교사의 수가 부족하다. 제대로 된 미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컴퓨터공학 교육 전문가들에 대한 인력 충원이 시급하다.

필자는 AI를 부정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은 분명 디지털 시대의 핵심적인 키워드 중 하나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첫째도 AI, 둘째도 AI, 셋째도 AI’라고 발언했다. 교육 분야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학습 효율성을 올리는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 대표 에듀테크 업체인 뤼이드(Riiid)의 경우 머신러닝 기술 기반의 1:1 맞춤형 학습 솔루션을 제공하는데, 이런 업체들은 이미 교육적 관점에서 상당히 유의미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AI 교육’은 다른 얘기다. 다시 말하건대, 올바른 교육은 올바른 방향 설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열심히 맷돌질을 해야하는 시점에 어이가 없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악수와 묘수는 종이 한 장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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