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코칭

[김재현의 교단일기] '맛있고 뜨겁고 즐거운 만남'으로 아이들 마음 열다

[에듀인뉴스]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는 김재현 중앙기독중학교 교사와 함께 모든 교육의 중심에 ‘관계’라는 키워드를 두고 교육을 진행하는 기독교계 중학교의 교육 모습을 들여다보는 교단일기를 시작한다.


(사진=김재현 교사)
(사진=김재현 교사)

맛있는 만남 : "점심 같이 먹고 산책하자"


[에듀인뉴스] 학창시절 학교에서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은 점심시간이다. 이것은 예나 지금이나 모든 학생들이 가장 즐기고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이 귀한 시간만큼은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어야 할까? 우리 학교에서는 점심시간 급식실로 우루루 내려가는 아이들이 종종 이렇게 말을 걸어온다.


“선생님은 식사 안하세요? 저희랑 같이 먹어요!”


아이들이 먹는 테이블에서 함께 급식을 먹고 그날의 타겟(?) 딱 한 명만 잡아 이야기를 나눈다.


“선생님이랑 점심 먹고 산책하자~”


축구가 하고 싶고 친구들과 놀고 싶은 점심시간이지만 그래도 선생님이 말씀하시니까 못 이기는 척 따라 나선다. 운동장 외곽으로 나 있는 산책로를 따라 한 바퀴 돌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자판기 앞에서는 음료수 한 캔 씩 뽑아서 마신다.


그렇게 별 것 없는 짧은 만남을 하고 나면 그 다음 날에도 몇몇 아이들은 “선생님! 저하고도 맛있는 만남 해요~”라며 달려든다.


우리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학생들과 함께 급식을 먹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자기만을 위해 함께 먹어준다는 것은 아이들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성경에 나오는 예수는 그의 제자들과 함께 식사했고 아무도 함께 하지 않았던 창녀나 나병환자들과 함께 먹고 지냈다.


예수의 가르침에 의한 사제동행을 따르려는 교사라면 그가 제자들과 했던 활동(?)들을 해보는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가족을 다른 말로 식구(食口)라고 하지 않았던가. 음식을 같이 먹는 것이 가족이고 함께 먹어야 가까워진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가능한 아이들과 함께 ‘맛있는 만남’을 통해 밥 먹기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김재현 교사)
(사진=김재현 교사)

뜨거운 만남 : 목욕탕에서 등을 밀며 연결되는 우리들 마음


여학생들은 수다를 떨고 맛있는 것을 먹이면서 가까워질 수 있다. 먼저 다가오는 것도 여학생들이 더 잘하고 다가와서 애교를 보이는 것도 여학생들이다. 그래서 비교적 여학생들은 손쉽게 친해질 수 있다.


하지만 먼저 다가오지 않는 남학생들, 게다가 사춘기 절정의 아이들은 여간해선 마음을 열지 않는다. 남자 아이들과 친해지는 방법은 함께 땀 흘리며 운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체격에 어울리지 않게 운동을 즐기지 않는다. 내가 잘할 수 있는 남자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남자들은 함께 사우나를 가서 벌거벗은 모습에서 묘한 동질감을 느낄 때가 많다. 그럴 때 진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사우나를 마치고 나왔을 때 이전보다 훨씬 친해진 기분이 들 때가 많다.


남자 아이들과 그런 만남을 가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담임 쌤과 함께 목욕하기 활동을 만들었다. 4~5명의 학생들과 함께 대중목욕탕에 간다. 처음에는 옷을 벗는 것이 무척이나 부끄러운 일이었지만 과감하게 벗어 제치고(?) 30초만 지나면 아무렇지도 않아진다.


자연 그대로의 상태로 돌아가서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짐을 아이들이 느낀다. 뜨거운 탕에 들어가서 우리들끼리만 나누는 학급 이야기, 좋아하는 여자 친구 이야기는 목욕탕이 비밀을 털어놓는 진지한 공간으로 만들어주는 이상한 힘이 생기게 한다.


몸을 충분히 불린 후 한 명씩 내 앞으로 와서 등을 내밀게 한다. 마치 예수가 제자들의 발을 직접 닦아준 것처럼 나는 우리 반 아이들의 등을 한 명씩 밀어준다. 등을 밀면서 더 긴밀한 대화를 나눈다. 힘들고 어려운 고민들을 들어주거나 사춘기 자기 몸의 변화에 대해서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목욕을 마치고 나와서 시원한 사이다도 마시고 단골 중국집에 가서 뜨겁고 얼큰한 짬뽕을 먹는다. 이렇게 활동을 마치고 나면 우리들은 아주 끈끈한 공동체가 된다.


나는 이 활동을 ‘뜨거운 만남’이라고 한다. 우리 반을 거쳐 간 아이들은 상급학년으로 올라가서도 반창회를 하면 찜질방에서 만나자고 한다.


뜨거운 만남의 좋았던 기억을 다시 되돌리고 싶고 그런 정말 자연스러운 만남이 그리운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남학생들과 ‘뜨거운 만남’을 계속할 것이다.


(사진=김재현 교사)
(사진=김재현 교사)

즐거운 만남 : 먹고 놀고 즐기며 키우는 연대감


학교에서 가는 체험학습과 달리 계획 없이 떠나는 여행은 공동체 형성에 더 큰 도움이 된다. 몇 년 전 아내의 반 여학생들이 MT를 무척이나 가고 싶어 했다. 여학생들끼리이고 아내도 이런 것을 추진하는 것을 어려워해서 하는 수 없이 내가 나서 여행지 물색, 숙소 예약, 교통편 확인 등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한 여름 피서철을 살짝 빗겨나가 찾아간 만리포해수욕장. 아름다운 팬션에서 우리 가족 그리고 13명의 여학생들과 함께 떠났다.


바닷가에서의 1박2일은 정말 색다르고 즐거운 만남이었다. 학교에서 늘 봐왔던 학생들인데 학교 체험학습활동이 아닌 그냥 여행으로 온 바닷가는 그냥 가족끼리 온 여행과 같았고, 나는 교사라기보다는 그냥 삼촌이고 아내는 이모였고 우리 아들은 13명의 누나들이 생긴 아주 즐거운 추억이었다.


MT를 마치고 돌아온 뒤 그 여학생들과 우리 부부는 그 하룻밤의 여행에 대한 묘한 동질감이 생겼고 그때 함께 무서운 바이킹을 탔던 것, 돌아와서 모두 장염에 걸렸던 것과 같이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들도 지금도 만날 때마다 깔깔 웃어대며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맛있는 만남, 뜨거운 만남, 즐거운 만남. 이것 모두 큰 노력이 필요할 것 같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밥 먹는 것도 나도 함께 즐기는 것이고, 목욕하는 것도 내가 사우나를 즐기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MT도 가족이 모두 함께 가고 학생들이 어린 아들과 함께 놀아주기 때문에 우리 가족에게도 즐거운 일이다.


나는 함께 즐기고 놀았을 뿐인데 아이들은 쉽게 우리 편이 되었고 그것은 학급운영에 큰 힘을 뺄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되었다.


김재현 수원 중앙기독중학교 교사.아이들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교사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어른으로서의 교사상을 실천하고 싶은 중학교 1학년 담임교사. 공부도 운동도 부족했던 학생시절을 겪은터라 어리버리한 중학교 남자아이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담임교사. 아이들과 함께 먹고 뒹굴면서 운영한 10년 이상의 학급담임으로서의 삶이 교직에서 가장 중요했다고 말하는 교사이다.(사진=김재현 교사)
김재현 수원 중앙기독중학교 교사.아이들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교사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어른으로서의 교사상을 실천하고 싶은 중학교 1학년 담임교사. 공부도 운동도 부족했던 학생시절을 겪은터라 어리버리한 중학교 남자아이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담임교사. 아이들과 함께 먹고 뒹굴면서 운영한 10년 이상의 학급담임으로서의 삶이 교직에서 가장 중요했다고 말하는 교사이다.(사진=김재현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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