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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이성지 대표이사와 이진오 강사의 미래영재 스토리] 선행학습! 약일까? 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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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에게서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우리 아이 학습이 여기까지 되어 있는데요,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너무 늦는 것 아닌가요?”, “초등학교 6학년이면, 고등학교 수학까지 되어 있는 학생들도 많다는데 우리 아이는 괜찮을까요?” 같은 선행학습 정도(程度)에 관한 질문이다.

한편, 정부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서 사교육이 선행학습을 부추기고 있다고 판단하고는 학교와 학원에서의 선행학습을 금지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21세기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이다.

위와 같은 선행학습 정도 질문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중용’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이다.

정도. 선행학습에 너무 쫓기고 경쟁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고, 한편으로는 학교 진도만을 따라가는 정도 학습으로는 과학고/영재학교와 같은 영재교육기관 진학은 불가능하다는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학생의 능력에 따라 학습 정도가 결정돼야 하는 것은 당연히 전제돼야 한다.

수학/과학 영재교육 기관인 과학고등학교나 영재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수학/과학 과목에 대한 심화한 학습이 되어 있고, 문제 해결력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해결 능력을 ‘영재성 판별 시험’이라는 도구로 측정하여 입학생 선발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입학을 주관하는 기관에서는 이러한 시험들이 선행 정도와는 전혀 관계가 없고, 중등 교과과정을 전혀 벗어나고 있지 않다고 표방하고 있으며, 그 근거도 제시하곤 한다.

하지만 일반 중학교에서 배우는 수학/과학 교과 수업을 충실하게 학습한 정도로는 영재학교 영재성 판별 시험에 좋은 결과를 예상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 실시된 이후 대학별로 실시되는 면접고사 문제 등에 대해서도 대학에서 출제한 문제를 ‘선행학습 요구 정도 평가 보고서’란 형식으로 각 문제를 대학이 스스로 분석해서는 고등학교 교육과정 어디에 해당하고 어느 교과서에 수록된 내용만으로도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들을 명시하는 보고서를 작성, 교육부에 보고하여야 하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서울대학교 2020학년도 공과대학 심층 면접 수학 시험의 경우에는 최고 엘리트 그룹이라는 영재학교 졸업생들도 꽤 어려웠다고 고개를 젓는 문제들이 대다수를 이루었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우리나라의 수학/과학 교육과정은 일종의 나선형 구조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중고등 과정에서 배워야 할 교과 내용이 교과과정에 정해져 있고, 이 중에서 중학생이 처음으로 학습하면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방식으로 기본 골조를 가져와서 기초를 다지는 과정이 중학교 교과과정이다.

중학교 교과과정은 수학/과학 모두 1~3학년을 이수하면 일차적으로 과목이 온전하게 완성된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배우는 교과과정은 이 내용을 좀 더 심화해서 여기에 내용이 더 추가되고 깊이 있는 학습 내용과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추가된 내용을 제외하면, 고등학교 교과과정은 중학교 교과과정 내용의 깊이 있는 심화 복습 과정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중학교 내용을 심화 학습하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과정을 선행학습을 하는 것이 가장 손쉽고 좋은 방법이다.

과학 과목 중 물리/화학 과목은 고등학교 교과과정과 대학에서 배우는 일반물리/일반화학이 비슷한 관계에 있다. 따라서 현재의 과정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더 넓게 학습하고 싶다면 선행학습은 피할 수 없다.

다양성 문제에서도 선행학습을 무조건 금지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정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학생마다 학습 능력이 천차만별이다. 관심이 있고 소질이 있는 분야도 제각각이다.

그럼에도 ‘공평과 평등’ 핑계로 모든 학생이 획일화된 교과과정을 같은 속도로 학습하도록 통제한다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또, 이런 현상이 바람직할까? 획일화된 학교학습 속 개개인의 다양성과 행복의 가치는 고려된 걸까? 이런 의문들이 꼬리를 문다.

모든 학생이 학교 교과과정은 무시하고 맹목적으로 학생의 능력에 대한 고려도 없이 쫓기듯이 선행 정도를 경쟁하는 일도, 같은 의미에서 어리석은 시간과 노력의 잘못된 투자로 보인다.

대치동 학원에서 상담을 오거나 새로 편입하겠다고 오는 학생 중에서 초등 5학년인데 고등학교 물리 과정까지 다 이수했다는 학생들이 있다. 이 학생에게 중등 교과과정 일반 참고서에 있는 깔끔한 응용문제 하나를 던져 주었는데도 이해 못 하고 해결 못 하는 경우들은 전혀 낯선 일이 아니다.

깊이 있는 학습의 필요 때문에 앞서간 것이 아니라, 앞서가야 한다는 강박감으로 후다닥 겉만 보고 달려간 탓일 것이다.

현재 자신의 학령 교과과정에 대한 안정되고 정확한 이해와 학습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건너뛰고 달리기 식의 선행학습은 학습자에게 모진 독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 같은 선행학습은 아무것도 싣지 않고 앞으로 내달리기만 하는 빈 수레의 요란함을 자랑하는 일에 불과하다. 학생에게 남은 것은 없고, 허풍만이 습관이 되어 남을 수가 있기에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결국 아이의 능력과 소질에 맞는 학습 진도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 여기엔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만능의 정답은 없다, 학습 의욕과 동기를 학생에게 적절하게 부여해 줄 수 있고, 깊이 있고 풍성하게 각각 개인의 학습 결과를 충실하게 채워갈 수 있는 학습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학습자 개개인의 능력과 소질에 맞는 속도와 방법을 현명하게 찾아가려는 부모와 학생의 차분한 노력과 성찰이 먼저다.

이런 노력과 성찰이 학생에게 필요한 학습 속도를 알아 가게 되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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