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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미국은 "천재,영재" 표현을 안쓴다?

- 부모가 성적에 집착할수록 아이는 가면을 쓴다
-유튜브 ‘교육대기자TV’ 리사 손 교수 인터뷰

기사 이미지

/유튜브 '교육대기자TV' 채널 캡쳐

 

‘늘 완벽해야 해’, ‘무조건 시험점수를 잘 받아야 해’. 학교나 집에서 우리는 이런 말을 자주 들어왔다. 그런데 이런 말을 자주 듣다 보면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잘하는 모습만 보여주기 쉽다. 그로 인해 본래의 모습과는 다른 가면을 쓰기 쉽다. 메타인지전문가 리사 손 콜롬비아대학교 바너드칼리지 인지심리학 교수는 “부모가 아이에게 가면을 벗어도 완전한 존재라는 걸 알려줄 때 비로소 아이는 불안을 떨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Q.지난해 교육계 가장 큰 이슈는 ‘메타인지’였다. 

 

A.메타인지는 인지에 대한 인지로, 또 자신을 들여다보는 능력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자신의 인지 과정에 대해 관찰·발견·판단 등으로 스스로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를 구분해 이를 보완하는 실행과정이다. 즉, 자신을 비추는 거울인 셈이다. 

 

Q.아는 것과 함께 모르는 것을 한 번 더 체크를 하자는 의미로 들린다.

 

A.정확하다. 인지능력을 넘는 상위인지다. 물론 기본 인지를 기반으로 한 학교 시험을 볼 때 이 같은 메타인지가 없어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일례로 인지능력이 좋은 학생일지라도 스스로를 판단하는 과정을 습관화하지 않으면 ‘나는 원래 부족한 사람이야’ 등 착각에 빠질 우려가 있다. 본인에 대해서 깊이 생각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인지가 아닌 더 높은 차원인 메타인지를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 외부에 초점을 맞춘 인지를 내부로 돌려서 내가 무엇을 알고 있고, 어떤 것을 모르는지를 스스로 인지할 수 있게 지도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효율적인 학습이 가능하다.

 

Q.메타인지의 경우 크게 2단계로 나눠 진행된다고 알고 있다.

 

A.그렇다. ‘모니터링’과 ‘컨트롤’이다. 두 개는 따로 분류하는 것이 아닌, 하나로 연결해 유기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구체적으로 모니터링에서 매 순간 자신을 분석·평가한 후 이를 토대로 주어진 상황을 컨트롤하는 단계다. 즉, 모니터링에 따라 스스로가 내린 평가에 대해 본인이 해결책을 직접 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메타인지에 대한 연구를 보면, 대부분 어린아이가 모니터링은 잘하지만 컨트롤 단계에서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 문제를 풀 때 난도가 높다고 스스로 판단은 하지만 다음 단계의 공부, 즉 해결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들키면 민망하고 창피한 기분이 들면서 주변에서 학습이 느리다고 비웃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이는 메타인지 방해요소인 ‘가면증후군’에 속한다.

 

Q.가면증후군에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인가.

 

A.아이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공통적으로 부모가 아이의 성적에 지나치게 관심을 가진 이유가 크다. 아이가 시험문제를 운 좋게 찍어서 맞혀도 부모는 ‘역시 똑똑하다’ ‘공부를 제일 잘한다’라는 기대치가 생긴다. 자녀는 이러한 시선에 부담과 불안감을 느끼지만 부모를 실망시키면 안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자신의 실수와 실패를 가리기 위해 가면을 쓰기 시작한다. 이후에는 자신의 내면을 들키지 않으려고 악착같이 가면에만 의존하게 된다. 아마 우리나라 청소년의 대부분이 겪는 문제라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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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 손 교수./유튜브 '교육대기자TV' 채널 캡쳐

 

Q.노력보다 선천적인 천재를 주목해서 생기는 것 같다.

 

A.안타깝지만 사실이다. 한국은 천재·영재라는 말에 큰 관심을 보인다. 그러나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아이에게 ‘genius(천재)’라는 말을 쓰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웃음). 나도 한국에 와서야 영재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됐다. 

 

아이에게 영재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이를 계속 주입하면 자녀는 ‘시험 점수라는 가면만 보고 나를 칭찬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이를 감추려고 또 다른 가면에 집착하게 된다. 시험 점수에 연연해 결과만으로 아이를 평가하는 것. 자녀가 가면증후군에 시달리는 이유다.

 

Q.이를 해결하는 방안은 없는가.

 

A.솔직히 해결이 쉽지는 않다. 오랜 시간 가면을 써왔기 때문이다. 우선 한 번에 가면을 벗어야 한다는 부담을 덜고 다른 사람도 누구나 가면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좋다. 그 과정에서 아이의 불안감이 커질 때는 자의적으로 벗을 수 있게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 이는 자신을 알아야 하는 과정, 메타인지 학습에 해당된다. 아이가 메타인지를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부모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고 사랑으로 감싸줘야 한다. 이는 아이가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성공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 자신을 잃지 않게 돕는다.

 

lyk123@chosun.com

 

출처: 조선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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