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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팡 마음뉴스] "학습 느린 아이…공부보다 마음을 먼저 살피세요"

-유튜브 '교육대기자TV' 천근아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 인터뷰

내 자녀가 또래 아이와 다른 특징을 보인다면 부모는 당황하기 마련이다. 특히 열개를 가르쳐도 하나밖에 인지하지 못하거나 학습·사회성면에서 아이가 많이 느릴 때 불안함을 느끼곤 한다. 이에 천근아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교육대기자TV와의 인터뷰에서 '학습이 느리다고 공부를 시키기 보다 아이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라'고 조언했다. 

 

Q.코로나19 확산 이후 또래보다 사회성이나 지적 능력이 느린 아이들이 많이 보인다.

 

A.이러한 아이들을 경계선 지능 아동. 통칭 '느린 아이'라고 부른다. I.Q가 70에서 84 정도에 해당하는 아이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평균적으로 정상 지능은 I.Q 85 이상, 지적장애의 지능은 70 미만이다. 해당 아이들의 경우 지적장애는 아니기 때문에 특수교육대상자 등 정부에서 지원하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Q.이러한 아동들의 현황은 어떻게 되는가.

 

A.학령기 아이들은 8%. 아동·청소년까지 확장한다면 15~18% 정도가 느린 아이에 해당한다. 100명 중 15명이 여기에 포함되는 것이다. 이들의 특징은 '일관된 것이 없다'는 점이다. 특징이 너무 다양해서 한 가지로 정의를 내리기 어렵다. 어떤 아이는 참을성이 부족하고, 사회성이 저하될 수가 있다. 또 다른 아이는 I.Q는 평균 이상이었지만, 언어 발달 등 특정한 영역에서 지능저하 문제를 보인 사례도 있었다.
 

일례로 내가 본 아이는 두 가지 어휘의 본질적인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였다. 다른 아이에게 '사과와 배의 공통점이 뭐야'라고 물으면 대부분 과일이라는 답변을 내놓지만, 이 아이는 동그라미라고 대답했다. 다시 말해 본질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Q.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고치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A.그렇긴 하지만 무조건 '우리 아이는 지능이 평균보다 낮으니까 학습을 많이 시켜야 해'라는 해결법은 추천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아이가 어느 영역에 문제가 있는지,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 상당한 강점을 가졌는지를 파악해 아이가 위축되지 않게 보살펴주는 것이다.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끌어올리고 채우려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말이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쉽게 가르치면 될 일이지만 조급한 마음에 자꾸 다그치는 부모들이 많다. 이러한 욕심은 오히려 아이가 가진 강점마저 사라질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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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근아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유튜브 '교육대기자TV' 채널 캡처

Q.아이의 느린 성향을 문제로 상담을 찾아오는 경우도 있는가.
 

A.생각보다 많다. 그러나 검사를 통해 또래보다 느린 성향이 있다는 것으로 파악되면 대부분의 부모는 낙담한다. 이때 강조하고 싶은 것은 검사결과에 너무 의존하지 말라는 것이다. 아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 부모가 낙담하는 것은 오히려 아이의 발달을 더 저해할 수 있다. 우선 아이에게 용기를 주는 말부터 조금씩 시작해보자.
 

Q.성별에 따라서 나타나는 성향의 차이가 있나.

 

A.물론 이러한 현상이 꼭 성별에 따른 차이가 있다고 확답을 내릴 순 없지만 대부분 남자아이는 밖으로 표출되는 행동문제가 두드러지는 것 같다. 일례로 공부가 재미없다고 친구와 어울려 다니면서 PC방에 가 게임을 하고 거기서 나오는 보상으로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다. '공부에서는 내가 치이지만 게임만큼은 내가 너희 보다 더 잘해'라는 등 공부를 더 등한시하는 거다.

 

반면 여자아이들의 경우 점점 소심해지고 불안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들의 특징은 집에서는 큰 문제 없이 지내는 것 같지만, 학교에 가면 눈치를 심하게 보고 교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에 불안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수업시간에서도 앞에 나와서 문제를 풀 때 얼음처럼 가만히 서 있는 경우가 많은데 혹 문제를 틀릴까 봐 두려워서 아예 수행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다.

 

Q.우선 문제에 대한 본질적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A.정답이다. 아이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느린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그 부분을 보완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부모는 그냥 느리니까 병원에 보내서 인지치료를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인지치료의 세부내용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단순히 아이를 발달 센터에 보내려고 한다.

 

핵심은 아이를 강압적으로 닦달하고 공부만 시키는 것이 아닌 아이가 어떤 부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학습 지도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원인 파악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만약 아이가 고학년이 됐을 때 뒤늦게 이를 발견해 도와주면 치유가 오래 걸릴 수 있다. 합병증이 생기면 고치기 어렵듯이 초기에 진단하고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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