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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난폭해지는 초등학생들

[서민수경찰관의 '요즘자녀學'] 난폭해지는 초등학생들

 

최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가 인기입니다. 초등학생 사이에서 친구들끼리 팔 동작을 흉내 내며 “우 투 더 영 투 더 우!”식으로 인사하는 게 유행이라고 하더군요. 한 부모님은 아이와 등·하교 인사를 ‘우영우 인사법’으로 한다고 해서 놀라기도 했고요. 친해지기 쉽지 않은 자녀와 활기차게 인사를 한다는 건, 여러모로 꽤 중요한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학교에서 친구를 괴롭힐 때 “우영우 같이 말해봐”라는 식으로 장애인을 비하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하더군요. 듣고 보니 아이들이 재미만 쫓다 보면 잘못된 표현도 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오징어 게임’ 드라마가 아이들에게 설명이 필요했던 것처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도 아이들에게 충분한 설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선생님과 경찰관을 아동학대로 신고하겠습니다.”

문장에서 느껴지는 말투가 얼핏 봐서는 꽤 묵직하면서도 곤두서 보이죠.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가 예민하게 접근하는 ‘사회적 모순’ 중 하나가 바로 ‘아동학대’라는 걸 모르는 부모님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이 말을 초등학생 아이가 자기방어를 위해 말했다고 하면 어떨까요? 다시 말해, 아이도 ‘아동학대’가 어른들에게 큰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뜻이겠죠.

지난 5월,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5학년 남학생이 학교 선생님과 동급생에게 폭언과 협박을 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해당 뉴스를 살펴보니, 초등학생 남자아이는 이전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켜 강제 전학을 왔고, 아이가 등교한 첫날, 선생님이 아이에게 새 교과서를 나눠주자 아이는 다짜고짜 자신에게 왜 훈계하냐며 욕을 했다고 하죠. 참고로 ‘강제 전학’이라면 가벼운 사안은 아닐 겁니다. 게다가 며칠 뒤에는 같은 반 동급생에게 주먹을 휘두르기도 하고 걸핏하면 수업시간에 자신의 태블릿 PC로 음악을 크게 틀어 수업까지 방해해 이를 말리던 선생님과 학교장에게까지 욕을 했다고 하더군요. 나중에는 학교가 아이를 감당하지 못하자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아이는 출동한 경찰관에게도 자신의 행동을 제지했다며 ‘아동학대’로 신고하기까지 했습니다. 도무지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의 소행이라 보기에는 이해가 안 될 정도였죠.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비상식적인 초등학생들의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는 겁니다. 얼마 전에는 한 초등학생이 교내에서 싸움을 말리는 담임선생님을 흉기로 위협해 충격을 주기도 했고 특히, 지난달에는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이 3학년 후배들에게 엽기적인 성폭력을 가해 학교와 부모가 충격에 빠졌습니다. 또 학원 화장실에서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이 몰카를 찍다 적발되기도 했고요. 듣고 보면, 나열한 사례 대부분이 이미 일부 중·고등학생들에게 일어났던 사례라는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사실 초등학생들의 사고와 행동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맞습니다. 저는 지금 “요즘 초등학생들이 난폭해지고 있다”라는 걸 알려드리는 겁니다.

초등학생들이 난폭해지고 있는 사례는 해외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 3월에는 미국 한 초등학교에서 백인 학생들이 흑인 학생들을 놓고 ‘노예 경매’ 놀이를 하는 일이 벌어져 미국 사회가 충격에 빠졌습니다. 문제는 흑인 아이들이 350달러(43만 원)에 팔린 것도 모자라 백인 아이들 사이에서 노예를 잘 다루는 ‘노예 마스터’까지 있었다고 하더군요. 또, 지난달에는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가 소셜미디어에 대규모 총격을 가하겠다는 내용을 올렸다가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요즘 미국에서는 총격 사건이 1년에 600여 건이 발생하며 국가적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어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방탄조끼가 필수라고 합니다. 또, 얼마 전에는 초등학생들이 소셜미디어로 생일파티를 생중계하면서 총기를 가지고 놀다 사망하는 일이 벌어져 충격을 주기도 했고요.

요즘 부모라면 요즘 자녀와 관련한 각종 연구 통계를 주목하는 건 당연하겠죠. 늘 말씀드리지만, 부모는 디지털 시대를 사는 만큼 아이 안전과 관련한 통계에 민감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초등학생들의 학교폭력이 중·고등학생에 비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사이버 폭력 실태조사에서 초등학생들의 사이버 폭력이 증가하고 있는 걸 주목할 필요가 있죠. 그리고 아이들의 가해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연구 통계에서 가해 이유가 대부분 장난이거나 재미 또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건, 아이들 사이에서 폭력이 폭력 아닌 놀이나 장난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해야 합니다.

여기에 선생님들의 ‘교권 침해’ 통계도 주목해주세요. 학교에서 교권 침해 사례가 점점 증가하고 있고 특히, 초등학생들의 교권 침해 사례가 증가하는 사실도 지나쳐서는 안 됩니다. 특히, 얼마 전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2022 청소년 통계’에서 아이들의 스마트폰 과의존 현상과 동영상 매체 이용률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마트폰 과의존’이 아이들의 공격성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지는 찾기 쉽지 않지만, 여러모로 의심되는 부분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죠. 특히, 초등학생들의 ‘성인 콘텐츠 이용률’이 중·고등학생에 비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도 걱정입니다.

일단, 방법을 찾기 전에 ‘한숨’이 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인식만 하고 행동이 드러나지 않으면 쓸모없는 것도 사실이고요. 무엇보다 초등학생들이 난폭해지는 원인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거론되지만, 많은 전문가가 코로나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보호자나 교육자 없이 아이들만 있으면 문제가 생기는 법이죠. 스마트폰 속 공간이 그런 곳입니다. 게다가 2년 넘게 이어져 온 코로나 때문에 아이는 이미 균형을 잃은 게 사실이고요. 학습 격차가 단순히 학습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그러면서 재밌는 콘텐츠로 눈을 돌리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오랫동안 스마트폰에 노출된 상황을 고려하면 아이들의 행동과 사고는 일단, 자녀의 스마트폰 관리에서 먼저 해답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부모는 아이들이 주고받는 과다한 정보량과 진지한 태도를 상실한 아이들의 또래문화를 주목해야 하고요. 요즘 아이들의 행동은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철저하게 집단적 경향을 보인다는 것 역시 잊어서는 안 됩니다.

최근 경기도 교육원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 19 발생 이후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의 자녀 돌봄 시간이 하루 평균 1시간 이상 증가했다고 하더군요. 특히, 비맞벌이 가구 여성의 자녀 돌봄 노동이 가중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코로나가 풀리니까 어머니의 ‘돌봄 쏠림’ 현상이 더 심해졌다는 뜻이죠.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오늘부터 아이의 안전을 위해 어머니뿐 아니라 아버지도 함께 행동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아이들의 복잡한 디지털 환경에서는 어머니 혼자 급격히 성장하는 아이를 감당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돌봄 격차가 곧 아이들의 안전 격차’라는 걸 다시 한번 강조하며 절대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조선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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