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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학교 가기 싫어하는 자녀를 위해

[서민수 경찰관의 '요즘자녀學']2022 새해 학부모 특강 2. 학교 가기 싫어하는 자녀를 위해

부모 입장에서 학교 가기 싫어하는 자녀를 보고 있자면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코로나로 ‘홈스쿨링’이 늘면서 학교와 집의 경계마저 무너져 아이들이 더 학교에 가길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학교 가기 싫어서 부모와 선생님에게 열병이 있다고 꾀까지 부릴까요. 요즘 같은 시기에 열병이 있다고 하면 학교는 손사래를 칠 수밖에 없다는 걸 아이들이 더 잘 알고 있습니다. 학교에 가기 싫은 건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들뿐 아니라 중·고등학생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없던 이유가 점점 명확한 이유로 바뀌는 게 아이들이 등교 거부하는 특징이기도 하죠. 그러니까 ‘학교’라는 걸 처음 가보는 아이에게는 학교 자체가 ‘낯선’ 두려움이라면, 어느 정도 학교 다닌 아이에게는 학교가 ‘익숙한’ 두려움일 수 있습니다.

학교 가기 싫어하는 건, 꼭 아이들만의 고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박보람 작가가 쓴 「학교 가기 싫어하는 선생님」이라는 동화책을 보면, 뜻밖에도 아이가 아닌 선생님이 주인공입니다. 책에서 선생님은 “친구들이 나를 싫어하면요? 나를 놀리지는 않을까요?” 등과 같이 ‘학교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의 속마음’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작가는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초보 선생님을 통해 보여주려 했던 것이 아닐까요. 사실 요즘 학교 현장에 계신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아이들만큼 학교에 가기 싫다는 분들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쑥쑥 성장하고 변하는 아이들을 교사 혼자 감당하기 쉽지 않다는 게 여러 이유 중 하나입니다.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행동을 보인다면, 부모는 그 이유를 찾는 데 모든 시간을 쏟아야 합니다. 그만큼 아이가 학교를 거부하는 이유를 부모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물론 부모가 학교의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큰일일 수 있고요. 아이에게 학교는 전부이고, 전부가 싫다고 말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건, 부모가 꽤 심각한 문제를 마주했다고 인식해야 하죠. 특히, 교육 전문가들이 숱하게 강조한 것처럼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징후를 살피는 일 또한, 부모에게는 중요한 대목입니다.

그럼, 아이들이 학교 가기 싫어하는 이유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2004년 EBS는 ‘학교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10부작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방영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담당 PD는 전국에 있는 165개 초·중등학교를 탐방하고 14개월 동안 촬영을 진행하면서 ‘학교란 무엇인가’에 관한 질문에 ‘관계’, ‘함께’, ‘선생님’이라는 어휘로 해답을 내렸습니다. 여기서 ‘관계’란 선생님과 친구들과 관계를 맺는 공간이 바로 학교라는 뜻일 테죠. 또, ‘함께’라는 건, 아이 혼자 활동하는 학교가 아니라 선생님과 친구가 함께 참여하고 공유하는 곳이 바로 학교라는 의미일 겁니다. 특히, 선생님은 잘하고 못하는 아이를 구분하지 않고 다 함께 아이들을 끌고 가야 하는 중요한 역할을 의미하기도 하죠. 아이들은 잘 가르치는 선생님보다 자신과 관계가 좋은 선생님을 더 존경한다고 말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이란, “학교는 곧, 선생님이다”라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그만큼 선생님은 학교의 다른 이름이고, 결국, 아이들에게 행복한 학교란, 아이와 선생님의 역할이 상호 존중되는 걸 의미합니다. 하지만 학업중단율’ 통계나 ‘학교 밖 청소년’ 통계를 보면 하나같이 아이들이 학교를 멀리한 이유에는 ‘선생님과의 관계’가 부정적일수록 학교를 그만두는 사례가 많아 씁쓸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아이들이 학교 가기 싫어하는 데는 명확한 이유가 존재한다는 걸 이해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만약 우리 아이가 학교에 가기를 싫어한다면, 학교에서 선생님과 아이와의 관계를 의심해봐야 하고, 아이가 학교의 공동체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하죠. ‘관계’와 ‘함께’가 어려운 아이는 ‘따돌림’과 ‘괴롭힘’의 대상이 될 수도 있어 꼭 점검해야 합니다. 또 우리 아이에게 선생님은 어떤 존재인지를 확인하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이런 질문이 가능할 수도 있겠네요. “부모님들은 우리 아이의 선생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그러니까 부모는 선생님의 구차한 이력이 아닌 선생님이 우리 아이에게 어떤 사람인지를 궁금해야 한다는 겁니다. 아시겠지만, 부모 중에는 아이를 학교에 그냥 보내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아이의 학교생활을 궁금해하는 부모도 있죠. 또 심하게는 아이의 학교생활 일거수일투족을 시뮬레이션하는 부모도 있습니다. 뭐든지 지나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말처럼 부모가 아이의 학교생활에 과하게 참견하는 건 조심해야겠습니다.

교육부에서 학업중단 아이들을 관리하고, 여성가족부에서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하고 보호하는 이유는 그만큼 아이의 성장에 ‘학교’의 공백이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고요. 특히 현장에서 아이들을 많이 만나는 저로서는 학교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집을 싫어하게 되고 결국, 위험한 사회로 내몰려 불안전한 삶을 이어가는 장면을 숱하게 목격했습니다. 뉴스에 간혹 등장하는 아이들의 범죄 소식 또한 그 배경에는 학업중단이 깔려있죠. 하지만 학교를 떠난 아이들은 하나같이 “학교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라고 말하더군요. 결국, 아이들의 비행과 범죄가 증가하는 원인에 ‘아이들의 학교 이탈’이 중요한 시작점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에게 학교의 공백은 충분히 비행으로 채워질 수 있음을 절대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영국의 ‘존 로크’라는 철학자가 있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회계약설’과 ‘경험론’을 주장한 인물로도 유명합니다만, 교육사상가로도 유명합니다. 존 로크는 저서 『교육에 관한 고찰』에서 “아이들이 어리석은 장난에 빠지거나 시간을 무의미하게 허비하는 한 가지 이유는 그들의 호기심이 좌절되고 탐구심이 무시된 걸 알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3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존 로크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지 않는 건, 바로 아이들이 학교를 거부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그들이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라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죠. 아이들이 학교에 서 심한 장난을 치거나 엉뚱한 행동을 해서 부모를 속상하게 만드는 것을 단순한 장난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징후일 수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합니다.

곧 있으면 새 학기가 시작합니다. 아이들은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날 테죠. 새로운 학교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고, 새로운 활동을 하고, 새로운 선생님과 1년이라는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이렇게 중요한 과업을 우리 부모는 그동안 아이에게 홀로 준비하라고 내버려 두지는 않았을까요. 그래서 어쩐지 우리 아이가 학교 적응에 더 힘들어하고 툭하면 학교에 가기 싫다고 말했던 건 아니었을까요. 오늘부터 아이와 마주 앉아 새롭게 마주할 학교에 관해 대화를 나눠보세요. 아이가 불안해하는 게 무엇인지 들어보고 우리 아이를 도와줬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아이의 한 해 행복은 바로 지금 부모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는 사실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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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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