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자녀들의 말다툼을 구경하는 건 흔한 일이죠. 부모는 웬만해선 자녀들이 지지고 볶고 싸워도 잘 개입하지 않습니다. 마땅히 누구 편을 들기도 그렇고요. 또 부모가 잘못 개입했다가는 자녀 모두에게 미움을 살 수도 있어 적당히 모른 척해 주는 게 상책이라는 부모도 많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사소한 말다툼이라도 넘어서서는 안 될 ‘선’이 있죠. 바로 ‘욕설’입니다.
얼마 전, 한 가정집에서 초등학생 남동생이 중학생 누나와 말다툼 하다 “존X 개싫어”라는 말을 했다가 소파에서 올림픽 방송을 보고 있던 아빠에게 혼쭐이 났습니다. 아이는 아빠에게 붙잡혀 혼나려던 찰나에 “나도 모르게 나왔다고! 다시는 욕 안 한다고!”라며 울음을 터뜨려서야 용서를 구했다네요. 아빠는 아이의 다짐을 받고서야 다시 소파에 앉아 올림픽 방송을 볼 수 있었지만, 문제는 방송을 보던 아빠도 쇼트트랙 편파 판정이 나오자 “저런 나쁜 새X” 라고 욕을 해 엄마와 아이 모두에게 ‘등짝 스매싱’을 당했다고 합니다. 결국, 아빠 역시 아이들 앞에서 욕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서야 다시 방송을 볼 수 있었죠.
가끔 아이들의 ‘말’이 부모를 실망하게 할 때가 있습니다. 가장 곤욕스러운 게 아이들의 ‘욕설’이죠. 아이 입에서 나쁜 말이 나오면 부모는 일단 화부터 내 보지만 마음이 개운하지는 않습니다. 따지고 보면, 일상에서 부모는 아이의 말에 민감한 편이 아닌 데도 유독 욕설만큼은 다르죠. 인정하기 싫겠지만, 부모는 아이의 부족한 어휘력에 대해서는 둔감하면서도 욕설만큼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이 또한 자신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오면 그만큼 곤욕스러울 수가 없죠. 아이도 습관이 되어버린 욕설이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프랑스 계몽주의 작가이자 철학자인 볼테르는 “사람들이 할 말이 없으면 욕을 한다”라는 멋진 말을 남겼죠. 개인적으로 이보다 더 욕을 완벽하게 설명하는 문장이 있을까 싶어요. 심리학은 아이들의 욕을 공격적인 심리상태로 해석하고, 신경과학에서는 뇌의 작동 문제로 보고 있죠. 또, 사회학에서는 사회 학습의 영향으로 간주하곤 합니다. 학문 분야에 따라 해석이 제각각 다른 건 어쩌면 당연할 겁니다. 하지만 볼테르의 해석에는 “욕은 아이들의 성적이나 품행과는 무관하다”라는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이가 욕을 한다는 건, 어쩌면 아이들의 삐뚤어진 문화일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가 보내는 ‘부족한 어휘력의 신호’이자 ‘실패의 신호’라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죠. 흔히 우리가 욕을 할 때 반가운 상황보다는 부정적이고 암담한 상황이 더 많은 것도 그 때문일 겁니다.
부모가 아이들의 ‘욕설’을 지나칠 수 없는 건, 바로 아이들의 욕설이 성장 과정에서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아이들의 욕설과 관련한 문제는 다양합니다. 대표적인 게 바로 학교폭력이죠. 2012년부터 매년 교육부에서 실시하는 「전국 학교폭력 실태 조사」를 보면, 학교폭력 유형 중 욕설과 관련한 ‘언어폭력’이 줄곧 1위를 독차지해왔습니다. 지난 10년간 한 해도 건너뛰지 않고 욕설이 1위를 한 셈이죠. 그래서 아이들의 습관적인 욕설 행위는 언제든지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걸 암시합니다. 또, 실제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에 올라오는 대다수 안건에서도 욕설이 빠진 적이 없죠.
특히 주목할 건, 아이들의 욕설이 사이버 공간에서 더 심각하다는 겁니다. 최근에는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아이들의 무분별한 욕설 때문에 형사 고발이 줄을 잇고 있죠. 손해 배상은 말할 것도 없고요. 어쩌면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가 인기를 얻고 사이버 폭력에서 ‘10대 청소년’이라는 용어가 자주 거론되는 것도 같은 영향이라 볼 수 있죠. 지금까지 아이들의 ‘욕설’과 관련한 연구를 보면, 아이들은 의외로 “습관적으로 욕을 한다”라는 대답이 많았습니다. 다음은 예상대로 “스트레스 때문에”라고 답을 했고요. 또 “친근감의 표시”로 욕을 한다는 대답도 꽤 있더군요. 그러니까 아이들이 욕을 하는 근본적인 배경에는 욕설이 아이들의 세대 문화를 반영하고 또, 성장기 스트레스를 억제하지 못해 욕설로 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행인 건, 아이들은 하나같이 “욕설을 하고 있지만 스스로 자제해야 한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놀랐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사회가 ‘욕설’을 ‘학대’와 ‘폭력’으로 대체한 지는 꽤 오래된 것 같습니다. 문제는 정작 아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죠. 어쩌면 학교 교육과 부모 돌봄에서 언어와 윤리 학습을 더 강화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우리 사회가 다 같이 고민해야 할 과제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의사를 강화하거나 어떤 상황에 불쾌감을 나타내기 위해 습관적으로 욕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심한 아이들은 욕을 폭력으로 사용하고 있어 걱정이죠. 약한 사람을 표적으로 삼아 자신의 감정을 폭발시키거나 기분을 망치게 하려는 의도는 매우 위험한 행동입니다. 아무리 사춘기 과정을 겪고 있는 아이라지만 일방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상처를 입히는 행위는 심각한 ‘폭력’이자 ‘학대’일 수 있다는 걸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사회가 아이들의 욕설을 걱정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바로 욕설에는 우리 사회가 경계하는 ‘금기 언어’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죠. 아이가 단순히 자신의 감정을 강화하고 만족하는 수준이면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욕을 하면 할수록 욕이 욕을 강화하여 점점 많은 사람을 향하게 되고 결국, 사람을 사물로 대상화하는 반사회적 인간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죠. 최근 아이들의 언어폭력을 보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감탄사’에서 시작된 욕설이 누군가의 사생활과 신체 부위로 이동하는 경향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사이버 공간에서는 아이들이 익명이라는 상황을 이용하여 다른 사람의 성별, 빈부, 신체, 종교, 인종차별까지 우리 사회가 금기시하는 ‘어그로 언어’를 막무가내로 갖다 쓰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한때 아이들 사이에서 ‘부모 욕’을 뜻하는 ‘패드립’이 유행하여 학교폭력이 증가했던 걸 기억하면 지금이라도 아이의 말을 붙잡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이제 해법을 찾아보죠. 일단, 오늘부터 아이의 어휘력에 주목해주세요. 성장기 아이에게 신체 근력이 중요하듯 말의 근력도 중요합니다. 부모는 아이와 대화를 나누거나 아이가 친구와 대화하는 장면을 보게 되면 우리 아이의 어휘력이 어떤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아이의 어휘력이 꽤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학교 선생님과 의논해야죠. 물론, 부모가 대화를 통해 아이의 어휘력을 높여주면 더 좋고요. 또, 아이가 욕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당황스럽지만 일단 심호흡을 한 후 대화를 나눠주세요. 특히 아이가 자기 방에서 게임을 하거나 친구들과 메신저를 주고받으면서 작게 내뱉는 욕 또한 결코 지나쳐서는 안 됩니다.
지난 연구에서 우리는 아이들이 습관적으로 욕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욕이 습관이라는 건 아이의 충동성에 주목해 달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이의 충동을 억제할 수 있는 건, 부모의 즉각적인 반응과 진지한 대화가 제격이죠. 화를 내고 야단치는 건 아이의 충동을 억제하기는커녕 오히려 스트레스만 줄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해주세요. 마지막으로 부모가 확인할 수 없는 사이버 공간도 주목해주세요. 사이버 공간은 부모의 눈과 귀가 닿지 않는 곳이라 부모와 아이 사이에 각별한 신뢰가 필요합니다. 특히, 부모는 아이에게 “사이버 공간에서 욕설 행위는 반드시 책임져야 할 중요한 행위”라는 걸 꼭 알려줬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 조선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