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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부모를 위한 ‘소년심판’ 드라마

[서민수 경찰관의 '요즘자녀學'] 부모를 위한 ‘소년심판’ 드라마

지난해 중국 정부의 황당한 게임 정책 때문에 전 세계가 놀랐던 일을 기억하실 겁니다. 중국도 아이들의 게임중독 문제에 예외가 아니다 보니 정부가 직접 나서서 “온라인 게임은 디지털 아편이다.”라고 발표하며 강력한 규제정책을 펼쳤죠. 이 정책이 시행된 이후 중국 청소년들은 이제 주중에는 온라인 게임을 할 수 없고, 주말에만 겨우 1시간씩 게임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중국 정부의 황당한 정책이 이 정도로 끝나나 싶었는데 새해 들어 ‘끝판왕’이 등장했죠. 바로 미성년 자녀의 ‘비행’을 부모가 책임지는 「가정교육촉진법」을 시행해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또 한 번 놀랐습니다. 「가정교육촉진법」 시행으로 이제 중국 부모들은 아이들의 비행을 더 이상 손 놓고 바라볼 수만은 없게 됐죠.

요즘 ‘소년심판’이라는 OTT 드라마가 인기입니다. 사실 방영 전부터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데다 시선을 사로잡는 ‘한 방’이 있는 제목 때문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졌던 게 사실이죠. 더구나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몇 안 되는 주제들이 있잖아요. 그중에서도 소년범죄는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절대 밀리지 않는 주제죠. 특히 촉법소년은 워낙 예민한 주제이다 보니 연출하기조차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만큼 이번 드라마를 제작한 작가님과 감독님께 고마운 마음입니다.

며칠 전, 한 지역 맘 카페를 운영하는 어머니와 대화를 나눴는데, 그 어머니께서도 ‘소년심판’ 드라마 이야기를 꺼내시더군요. 어머니의 이야기는 회차마다 전개되는 에피스드 내용보다는 그동안 몰랐던 아이들의 비행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하소연하듯 쏟아내셨습니다. 그동안 소년범죄에 대해서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거죠. 그러면서 ‘소년심판’ 드라마를 통해 대다수 소년범죄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도 했습니다. 특히 한 어머니는 게시판에 “온 가족이 드라마를 정주행하고 촉법소년 폐지에 대해 투표도 했다.”라는 글까지 올렸다고 해서 웃음까지 나왔습니다.

저는 평소 “미디어가 우리 사회의 이미지를 만든다.”라는 말을 믿는 편입니다. 그만큼 드라마의 파급력이 대단하다는 뜻이기도 하고, 반대로 미디어의 잘못된 메시지는 사회를 혼란으로 몰고 갈 가능성도 크다는 뜻이죠. 이번 ‘소년심판’ 드라마가 방영되었을 때도 마음을 졸였던 걸 잊을 수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드라마는 재미있어야 한다.”라는 편견 때문에 자칫 아이들의 폭력을 과장하거나 왜곡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었거든요. 무엇보다 드라마가 재미를 쫓다 보면 흔히 핵심을 비껴가는 경우를 많이 봐서 그런지 이번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범죄소년에 대한 혐오만 더 조장하는 건 아닐지 걱정될 수밖에 없었죠. 다행히 지금까지 방영된 ‘소년심판’ 드라마는 우리에게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인 장치가 더 시급하다는 메시지를 충분히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즌 2가 더 기대되고요.

‘소년심판’ 드라마를 좀 더 이해하고 나아가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소년범죄와 촉법소년 문제를 조금 더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일단, 소년범죄의 문제가 한 아이의 개인 문제가 아니라는 건 충분히 공감하실 겁니다. 우리는 아이가 소년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들로 인해 아이의 생각과 행동이 왜곡된다는 걸 짐작할 수 있죠. 그래서 아이에게 가정환경과 학습 환경 그리고 교우 환경이 아이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촉법소년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 부모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건, 소년범죄를 당한 ‘피해자’에게 주목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촉법소년 사건이 전 국민에게 공분을 사는 이유는 바로 피해자에 대한 ‘진정한 사과’가 없기 때문이죠. 이건 피해자에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억울함일 수 있습니다. 범행을 저지른 아이들에게서 반성하는 모습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보니 우리는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없고요. 맞습니다. 지금의 촉법소년과 소년범죄의 문제는 바로 ‘피해자의 회복’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게 주요 핵심입니다.

또 촉법소년과 소년범죄는 아이들의 나이를 낮춘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나이를 낮춘다고 하더라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의 행동을 고려하면 오히려 증가할 가능성도 있죠. 이 사실은 이미 수많은 국내·외 연구에서도 검증이 된 바 있습니다. 형량을 높인다고 해서 범죄가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뜻이죠. 소년범죄는 ‘재범’을 관리하는 수준에서 해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미숙한 성장기를 보내는 특성이 있어 누구나 한 번쯤 실수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실수를 하고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못하도록 교육하고 관심을 가지면 아이들의 범죄는 충분히 막을 수 있죠. 하지만 아쉽게도 소년범죄의 관리 시스템이 그리 단단하지 못한 것은 우리가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할 부분입니다. 아이가 범죄를 저지르고 보호처분을 받게 되면 아이를 관리하는 보호 관찰관이 지정되지만, 이 보호관찰관 한 명이 100명이 넘는 아이들을 관리하고 있어 제대로 된 재범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게 소년범죄의 근본적인 문제일 수 있습니다.

몇 년 전, 경찰서에서 근무할 당시 저는 위기를 겪는 아이들과 자주 밥을 먹곤 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 사이에서 한때 ‘밥팅’하는 경찰관으로 유명했죠. 하지만 경찰관인 제가 그 아이들과 밥을 먹는다고 해서 그 아이들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거라는 확신은 가질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우리가 평범하게 가진 것들을 갖지 못한 채 살아가니까요. 하루는 경찰서 수사팀에서 전날 함께 밥을 먹었던 아이가 절도죄로 체포된 일이 있었습니다. 아이를 만나자마자 저는 야단보다는 “조금만 더 참지….”라고 말했죠. 이미 아이는 저를 보고 후회하는 모습이 역력했기 때문에 다른 말이 필요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아이의 아버지가 경찰서를 찾아와 순식간에 아이를 일으켜 뺨을 때리더군요. 그러면서 아이의 아버지는 저를 향해 “이 새끼 감방에 처넣어 주세요. 내가 이 자식 때문에 1년 동안 신경 쓰느라 일도 못 하고 이리저리 끌려다닌 걸 생각하면 아주 미칠 지경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말이 끝나자마자 저도 모르게 아버지의 멱살을 잡고서 “당신, 아버지 맞아? 아버지라는 사람이 어떻게 자식새끼를 돌보는 게 고작 1년이라고 말할 수 있어? 자식새끼는 1년이 아니라 평생을 신경 써야 한다고!”라고 말해 사무실이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습니다.

잠시 후 아버지는 저를 감사실에 고발하는 대신 달곰한 밀크커피 한 잔을 건네더군요. 그러면서 제 앞에서 눈물을 쏟아내며 울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마침 사무실에서 나오는 아이를 불러 아버지의 눈물을 볼 수 있도록 해줬습니다. 그러면서 아이에게 “아버지의 눈물이 진짜다. 헷갈리지 마.”라고 말해 줬죠. 조사를 마치고 경찰서를 나서는 아버지에게 저는 “아이를 절대 때리시면 안 됩니다.”라고 말했더니 아버지도 제게 “성질 좀 죽이세요.”라고 말하더군요. 그때 그 아이는 지금 꽤 건실한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자주 연락이 오냐고요? 그럴 리가요. 1년에 한 번 연락 올까 말까 하죠. 하지만 서운하지는 않습니다. 원래 아이들은 그런 법이니까요.

‘소년심판’ 드라마에서 주인공 심은석 판사(김혜수 역)는 “아이들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 물드는 거지.”라고 말합니다. 어쩌면 소년범죄와 촉법소년의 핵심은 결국 “아이들이 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우리 사회가 답을 찾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아이들은 “충분히 변할 수 있다.”라는 사실이죠. 솔직히 청소년 문제를 걱정하는 저는 그 신념을 놓아 버리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큰 문제를 떠안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우리 아이의 안전과도 연결되는 대목이고요. ‘소년심판’ 드라마는 우리에게 아이들이 범죄에 물들지 못하도록 많은 사람이 노력해 달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번 글을 통해 많은 부모님이 ‘소년심판’ 드라마를 봤으면 좋겠습니다. 또, 범죄에 물드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부모로서 어떤 역할이 필요한지도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소년범죄로 인해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많은 피해자와 가족들을 위해 따뜻한 마음의 위로도 꼭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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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조선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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