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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초등 학습의 시작점은? 25년 차 초등교사에게 물어보니…

-유튜브 '교육대기자TV' 송재환 초등교사 인터뷰

 

학습의 시작시기인 초등학생 때 아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초등 자녀를 둔 부모라면 많이 하는 고민이다. 이에 ‘초등 명심보감’ ‘초등 사자소학’ 저자 겸 초등학교에서 25년을 근무한 송재환 교사는 이 시기 반드시 해야 할 학습으로 고전 읽기와 수학을 꼽았다. 송 교사를 만나 올바른 초등 공부법을 들어봤다.

 

Q.고전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A.올해 교사 생활 25년 차에 접어들었다. 수많은 학생을 지도하면서 책 읽기의 중요성을 몸소 체감했다. 하지만 대다수 학생은 독서를 하더라도 학습만화에만 몰두한다. 고전을 통해 어휘력·이해력·상상력·창의력 등을 쉽게 끌어올릴 수 있다. 물론 다른 책을 읽어도 독서의 효과가 나타나지만, 고전과는 비교할 수 없다. 학습만화가 홍삼이라면, 고전은 산삼인 셈이다.

 

Q.하지만 학생들이 고전을 접근하기에는 내용이 어려울 것 같다.

 

A.편견이다. 실제 많은 학부모도 ‘어린 아이들이 어떻게 사자소학이나 명심보감을 읽느냐’고 말한다. 생각을 해보라. 조선시대 때는 지금의 초등학생에 해당하는 이들이 이러한 책들을 밥 먹듯이 읽었다. 고전은 안 읽어서 낯설 뿐이지 꼭 진입장벽이 높은 건 아니다.

 

Q.고전의 정의를 어떻게 내릴 수 있는가.

 

A.흔히들 고전이란 말은 들어봤어도 책을 읽은 사람은 드물다. 읽어야 하는 줄 알면서도 쉽게 손이 가지 않는 책, 안타깝지만 우리 사회가 고전을 인식하고 있는 태도다. 때문에 지난 2010년부터 제자들에게 고전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처음에는 교사와 학부모 모두 반발했다. 국·영·수 등 주요 과목에 몰두할 시간도 부족한데, 고전을 읽을 시간이 어딨냐는 지적이었다. 그럼에도 일주일에 2시간씩 고전 읽기를 가르쳤다. 

 

개인적으로 초등학생 때는 ‘책 읽기’와 ‘수학’을 최우선으로 학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각각 하루에 최소 30분씩만 꾸준히 해놓으면, 중·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에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Q.영어 과목이 빠졌다.

 

A.학교에 영어 유치원 출신의 학생이 많다. 하지만 1학년 때 상위권 능력을 보인 학생이라도 대부분 3학년에 올라가기도 전에 그 수준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영어 유치원에서는 만 5~7세 나이부터 영어를 가르친다. 국어를 배우지 못할뿐더러 고전을 읽을 시간조차 없다. 반면 책을 자주 읽은 학생은 대부분 학년과 관계없이 학습 면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사실 영어 유치원에서 배웠다고 해도 그게 학습으로 꾸준히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Q.그렇다면 초등시기 책 읽기와 수학을 어떻게 다져야 할까.

 

A.학생들이 수학시험을 볼 때 단순한 연산문제는 잘 풀지만, 곱셉으로 넘어가면 많이 틀린다. 특히 이러한 오답은 서술형 문제에서 많이 발생한다. 정형화된 수치를 계산하는 문제에 비해 문제의 흐름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문해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때 대다수 부모가 내리는 처방은 수학학원 등록이다. 학생들이 수학을 못하는 이유는 부족한 선행과 학습시간이 아니라 단순히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책 읽기로 해결할 수 있다. 주어진 상황을 재빨리 파악하려면 책, 그중에서도 고전을 읽어야 한다. 학습 우선순위에서 책 읽기를 반드시 먼저 설정해놔야 하는 이유다.

 

Q.아이 스스로 고전을 읽어도 괜찮은가.

 

A.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어야 한다. 아이들은 책을 읽을 때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 1·2학년 때는 비교적 책을 잘 읽는다. 하지만 3·4학년이 지나면서 조금씩 지루해하고, 고학년이 되면서 거의 손을 놓는다. 고학년 때도 책 읽기가 습관화된 학생을 보면 부모와 책을 자주 읽는다. 때문에 억지로 시간을 내서라도 가족끼리 독서하는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서로 책에 대해 질문을 하는 등 별도의 시간을 내는 것도 좋다.

 

Q.고전 읽기로 어휘력 향상이 가능한가.

 

A.주변에서 어휘력이 부족한 학생을 많이 목격한다. 일례로 학생들이 너무 질문을 많이 하기에 칠판에 ‘질문 금지’라고 적었더니, 한 학생이 ‘금지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했다. 단어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고 말했더니, 추적추적의 뜻을 모르는 아이도 많았다. 이 모든 건 결국 부족한 어휘 수준에서 비롯된다. 반면 책을 많이 읽어서 어휘력을 높인 아이는 저학년이라도 5~6학년 이상의 수준을 보인다. 많은 부모가 이 어휘력을 보완하고자 한자에 눈을 돌려 학습지와 급수 시험에 의존한다. 하지만 읽고 쓰고 외우는 과정이다 보니 대부분이 국·영·수 공부법처럼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단어를 외우는 방식으로 학습하기 보다, 문장이 가진 구절의 뜻을 정확히 이해하면서 읽어야만 제대로 된 학습효과가 나타난다.

 

Q.초등시기 뛰어난 기질을 보이는 학생의 공통점이 궁금하다.

 

A.과거 내가 가르쳤던 학생 중 점심시간마다 ‘제인 에어’와 같은 고전문학을 읽은 아이가 있었다. 최근 이 학생이 서울대학교에 합격해서 감사의 편지를 전하러 온 적이 있다. 편지에는 ‘어렸을 때부터 논어나 잠언을 읽었고, 그때의 경험 덕분에 고전 읽기가 습관이 돼 중·고등학교에서 수월하게 학습을 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학생은 내가 강조한 고전 읽기를 꾸준히 지속해온 학생이다. 

 

내가 학부모에게 늘 강조하는 말이 있다. 아이가 꾸준히 책 읽기와 수학공부를 행할 수 있는 지속력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부모가 나서서 아이가 꾸준히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러려면 아이의 수준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출처: 조선에듀 lyk12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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