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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자기주도적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유튜브 '교육대기자TV' 지나영 존스홉킨스 소아정신과 교수 인터뷰

 

“부모와 아이는 완전히 다른 인격체입니다.”

 

최근 자녀를 키우는 과정에서 양육의 원칙을 놓치는 부모가 많아지자 지나영 존스홉킨스 소아정신과 교수가 이러한 조언을 내놨다. 부모가 설정한 자녀의 미래 계획이 오히려 아이의 성장을 막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 교수는 올바른 자녀양육을 ‘항해’에 빗대면서 “학습적인 교육이 아닌, 스스로 길을 개척할 수 있는 선장의 자질을 길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Q.육아 과정에서 부모가 지치고,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A.부모의 계획처럼 아이가 따라주지 않아서다. 대부분 부모는 자녀를 낳고 키우다 보니 자신과 동일시하고, 아이가 말을 잘 듣고 따라와주길 바란다. 올바른 육아는 ‘부모가 아이를 별개의 인격체로 바라보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부모와 아이는 평균 30살 정도의 나이차가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과 이후 사이에 존재한 2년의 공백도 많은 차이를 느끼는데, 30년 이상의 나이차가 있는 아이와 부모는 어떻게 같은 생각을 하고, 동일한 목표를 세우겠는가. 자녀가 말을 듣지 않는다 해서 잦은 꾸중을 할 필요는 없다. 이는 자칫 아이에게 필요한 비판적 사고력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 또 뒤늦은 사춘기가 올 위험도 있다. 아이가 꼭 내 말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미래를 살아갈 아이에게 필요한 건 앞으로의 방향성을 세우는 노력이다.

 

Q. 자녀양육에서 올바른 방향이란 무엇인가. 

 

A.대개 ‘옷은 이렇게 입어라’ ‘행동은 저렇게 해라’ 등의 강압적 통제를 육아과정이라고 착각하는 이가 많아서다. 아이 교육은 항해와 같다. 사람마다 자신의 배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자녀는 부모의 배에 같이 탑승해있지만, 성인이 되면 본인만의 배에 올라타야 한다.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아이에게 선장이 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어디로 항해해야 하는지’ ‘어떤 길로 가야 할지’ 이 길이 옳은 길인지’ 등을 결정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인생을 살면서 필요한 기준, 바로 가치와 마음자세다.

 

Q.이때 가치와 마음자세는 무엇을 뜻하는가.

 

A.우리나라는 아이 교육에 총력을 가할 정도로 교육열이 강하다. 그만큼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기대치도 높다. 하지만 방대한 양의 지식을 알려주는 이 행위가 오히려 아이의 성장을 저해시킨다. 이해를 돕고자 밥 짓기 교육법으로 표현해 보겠다. 여기서 쌀은 아이를 뜻하고, 밥 짓는 과정은 교육을 일컫는다. 우리는 밥을 지을 때 큰 노력을 쏟지 않는다. 쌀 자체에 필요한 요소가 있기 때문에 물과 불 조절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밥을 할 때 갖가지 양념을 넣는 이는 거의 없다.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자체적으로 자신이 필요한 것을 가지고 있다. 핵심은 그 안에 내제된 무수한 잠재력을 꺼내주는 것이다.

 

Q.잠재력과 기질은 어떤 차이가 있나. 

 

A. 둘 다 타고난 것이지만 잠재력은 일종의 능력이다. 일례로 흑미·백미·현미 등이 기질이라면, 그 안에서 나오는 순수한 맛이 바로 잠재력인 셈이다. 아이들은 이러한 잠재력을 다 꺼내지 못할 정도로 많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 부모는 이를 몰라 불필요한 능력을 주입시키려고 한다. 밥을 할 때 중간에 뚜껑을 여는 이는 없다. 알아서 잘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물이랑 불만 잘 조절하면 된다. 

 

Q.아이에게 필요한 물과 불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하다.

 

A.내가 비유한 물은 아이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뜻한다. 이때 많은 부모가 아이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전할 때 조건을 다는 실수를 한다. 일례로 ’너 성적이 왜 이렇게 낮아’ ’너 이러면 사회에서 무시당해’ ‘이 쓴소리도 다 너를 위한 관심이야’ 등의 하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적 관심은 아이들은 사랑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들의 자존감을 낮추는 행위라고 인식한다. 자녀에 대한 사랑은 절대적인 존재 가치에서 나온다. ‘너는 존재만으로 존중받아야 할 그런 가치가 있는 사람이야’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너를 사랑할거야’ 등의 말을 해야 한다. 아이에게 ‘네가 생각했을 때 엄마·아빠로부터 얼마만큼 사랑을 받는 것 같아?’라는 질문을 했을 때 ‘100% 사랑받고 있다’는 답이 나와야 한다. 아이가 부모의 사랑을 조금이라도 의심하면 안 된다.

 

Q.물은 부모의 사랑, 그렇다면 불은 무엇인가.

 

A.사랑 다음에 중요한 건 교육이다. 이때 교육은 ‘education’이 아닌, ‘teaching’에 해당된다. 즉 영어유치원, 학원 등 학습적인 교육이 아닌,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과정을 가르쳐야 한다는 말이다. 이 과정에는 4가지 요소가 있다. 바로 integrity(진실성), responsibility & diligence (책임감·성실성), contribuion(기여), consideration(배려)이다. 결과가 아닌 성취를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그 노력을 위해 얼마만큼의 책임감을 갖고 임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가정, 학교, 친구 등 자신이 속한 그룹에서 스스로 한 기여를 평가하면 훗날 아이가 한 모든 경험이 자신만의 진취력과 결단력으로 이어진다. 조금이라도 일찍 이러한 습관을 기르게 하는 것이 올바른 자녀교육법 중 하나다.

 

Q.부모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A.부모라 할지라도 이러한 4개 요소에 익숙한 이는 많지 않다. 부모들도 자신의 가치를 적립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자녀와 함께 노력을 쏟아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삶에 대한 만족과 평안함이 있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그렇다고 답하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성공한 삶이라고 할지라도 자신의 가치를 키워 만족한 삶을 사는 이는 드물다. 부모와 아이 할 것 없이 긍정적인 마음자세가 필요한 이유다.

 

출처: 조선에듀  lyk12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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