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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우리 교육은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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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헌법」제31조 제4항에 교육의 정치적 중립의 원칙이 명시되어 있고,「교육기본법」제6조에서 다시 "교육은 교육 본래의 목적에 기하여 운영·실시되어야 하며 어떠한 정치적·파당적 기타 개인적 편견의 선전을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러한 법적 규정은 "정치적”이라는 말을 단지 특정 정당의 노선을 위한 수단이라는 한정된 의미로만 이해되고 있다. 그리하여 예컨대 교육감 선거제도에서 출마의 요건으로 교육경력 3년 이상, 후보자 등록일 기준으로 과거 1년간 정당에 가입한 사실이 없는 자야만 한다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써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준수된다고 본다면 헌법과 교육기본법의 규정은 별로 의미가 없는 조항일 수밖에 없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된 문제는 제도적 정당과 같은 공식적인 정치 세력들이 관여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탈정당적 상태에만 한정된 것으로 볼 성질의 것이 아니다.


 사실상 우리의 정치구도는 보수와 진보(혹은 우파와 좌파)로 나누어져 있고, 언론에서도 우파 교육감, 좌파 교육감이라는 식으로 분류가 가능한 상태이다. 그래서 세력에 따라서 후보의 단일화를 성립시키려는 전략적 노력이 진행되고, 성공하지 못하면 그 진영은 선거에서 패배하는 것이 거의 확실한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이러한 풍토가 엄연히 존재하지만 이를 방치한 상태에서 정치적 중립을 운운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우리의 교육은 자칫 정치적 대결로 인하여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어렵고, 결과적으로 교육이 정치적 힘의 영향으로 인하여 혼란에 빠지거나 자칫 황폐화할 우려도 없지 않다.


 정치적 중립은 단순히 교육이 정치에 관여하지 않고 반대로 정치가 교육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다원적인 정치세력들에 대하여 중립을 유지하는 방식은 대체로 다섯 가지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구체적 사안에 따라서 정치적 중립의 개념도 달리 해석되어야 한다.


 첫째, 세력화된 모든 정치적 노선에 대하여 교육에 대한 어떤 관여도 배제한다는 규칙이다. "폐쇄적 중립"의 개념이다. 어느 특정한 정치적 노선의 편파적 요구에도 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느 것이나 수용하면 경쟁관계에 있는 세력들 간의 혼란과 갈등이 발생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둘째, 세력화된 모든 정치적 노선에서 요구하는 바를 차별 없이 모두 수용한다는 규칙이다. "개방적 중립"의 개념이다. 노선들 간에 충돌하지 않으면, 우선 순위에서 약간을 조정하는 정도로 모든 요구를 수용한다. 각기 추구하는 가치가 어떤 관점에서 보편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반드시 어느 것을 거부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여겨지는 경우이다.


 셋째, 세력화된 모든 정치적 노선들의 요구에 대하여 일정한 균형을 유지하는 규칙이다. “균형적 중립"의 개념이다. 어느 세력의 요구에 편중되면 불평등의 문제가 있을 경우에 대비한 것이다.


 넷째, 세력화된 모든 정치적 노선이 각기 요구하는 바를 수용하고자 할 때 특정한 사안에 관하여 공인된 전문가 집단의 판단에 의뢰하는 규칙이다. "유권적 중립"의 개념이다. 일반인의 가치판단으로는 분별이 난해한 경우에 전문적 판단에 의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섯째, 세력화된 모든 정치적 노선에서 각기 요구하는 가치들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하여도 별로 부당함을 거론할 문제가 없을 때 어느 것이든지 자유롭게 수용해도 좋은 경우이다. 말하자면 "개방적 중립"인 셈이다.


 정치세력들의 다양한 요구가 반드시 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하나의 기준에 의하여 정치 세력들이 요구하는 바를 배척하거나 수용할 필요는 없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교육관련 가치추구의 합법적 다원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특정한 정치세력의 지배하에서 그 노선의 교육정책을 배타적으로, 독점적으로 추진하는 풍토를 방치하는 것은 민주국가의 교육적 질서가 아니다. 교육계는, 법령의 제정, 정책의 추진, 갈등의 해소, 문제의 해결 등의 과정에서, 부당한 특정 세력의 작용이나 특정 계층의 차등 혹은 소외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하면서 정치적 중립성을 적극적으로 수호하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이돈희
이돈희 에듀인뉴스 발행인/ 서울대 명예교수/ 전 교육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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