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4일 보건복지부 선정 ‘100인의 아빠단’이 발대식을 가졌다. 올해로 7기를 맞이한 100인의 아빠단은 저출산 극복을 목표로 아빠의 육아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시작한 대한민국 대표 아빠 육아 모임. 성과도 좋다. 자타 공인 초보 아빠들이 6개월간의 대장정 이후 육아 베테랑으로 거듭난다.
인천에 거주하는 김태규 씨는 맞벌이 부부다. 슬하엔 막 걸음마를 뗀 딸 김꽃송이(4) 양을 뒀다. 아내는 틈만 나면 이렇게 말한다. “꽃송이가 아빠 껌딱지네, 껌딱지야.” 동네에선 소문이 자자하다. 자칭·타칭 ‘육아 9단’이지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딴판이었다. 기저귀도 못 갈던 초보 아빠였다.
“아이가 낯을 많이 가렸어요. 엄마만 찾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가지 않더라고요. 아빠인 제가 안으려고 해도 자지러지게 우니까 무서워서 안지도 못했어요.”
아이를 제대로 안지도 못하는 아빠라니. 문제다 싶었다.
“도와줄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면서 ‘아빠 육아’와 관련된 글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다가 보건복지부의 ‘100인의 아빠단’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마침 그날이 접수 마감일이더라고요. 부랴부랴 신청을 했죠.”
‘100인의 아빠단’은 저출산 극복을 목표로 아빠의 육아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2011년 시작된 대한민국 대표 아빠 육아 모임이다. 육아에 서툰 초보 아빠를 대상으로 육아법을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2016년까지 약 900여 명의 아빠가 참여했다.
초보 아빠들의 육아일기 시작
김태규 씨와 딸 김꽃송이 양. |
김 씨는 2016년 6기 활동 멤버. 절실했던 만큼 열심히 활동했고, 6개월간의 여정 끝에 100명 중 ‘최우수 아빠’로 선정됐다. 그는 “함께 활동한 아빠들 중에 다둥이 아빠도 많은데 최우수 아빠로 선정돼 쑥스럽다”면서도 “초보 아빠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남자들은 성과에 집착해요. 육아에서도 성과를 내려고 하는데 그게 결국 문제가 됩니다. 예를 들어 아이와 놀아줘야겠다고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짜요. ‘이렇게 놀아주면 좋아하겠지’ 하고요. 그런데 그 계획은 아빠 관점에서 세운 것이니 아이가 안 따라올 수도 있죠. 그럼 성과가 없는 셈이니 아빠는 좌절하게 돼요. 다시 시도하기도 어렵고요. 이때는 마음가짐 자체를 바꿔야 해요. 아이와 놀아주는 게 아니라 ‘같이 논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거죠. 아빠가 재미있어야 아이도 즐긴답니다.”
지난 6개월간의 아빠단 활동은 그에게 ‘육아 베테랑’이라는 타이틀 외에 또 다른 결실도 안겨줬다. 바로 둘째다. 오는 6월 둘째의 출산을 앞두고 있는 그는 “육아라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아 둘째 생각이 없었는데 100인의 아빠단 참여 이후 바로 둘째가 생겼다”며 웃었다.
“아빠의 육아는 아이의 정서발달에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평소 주 양육자인 엄마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은 엄마와 놀고 말하고 싸우기도 하면서 애착을 형성하죠. 그렇다 보니 아이들이 듣는 음성은 다정다감하고 여성스러운 목소리예요. 하지만 평소에 많이 접하지 못했던 아빠의 말투와 목소리로 다양한 언어 자극을 주면 아이의 인지발달과 언어발달에 큰 도움이 됩니다. 아빠와의 스킨십도 정서발달에 좋은 영향을 미치죠.”
김 씨는 올해 발대한 아빠단 7기의 멘토로도 선정돼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2017년 ‘100인의 아빠단’은 지난 5월 14일 발대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발대식에서는 아빠단 위촉장 수여, 아빠단 활동 안내 등과 함께 아빠와 아이가 직접 쿠키를 만들어보는 체험 프로그램, 마술을 연계한 ‘쿠킹 마술쇼’를 진행해 호응을 얻었다.
100인의 아빠단 발대식 쿠킹 마술쇼.(사진=보건복지부) |
멘토 20명과 초보 아빠 100명으로 구성된 아빠단 7기는 앞으로 6개월간의 대장정을 함께한다. 멘토로는 김태규 씨 외에도 심리상담가 전용선, 의정부성모병원 김영훈 교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아빠들이 참여한다.
특히 올해는 더욱 풍성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육아가 자녀뿐만 아니라 아빠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알리며, 남성의 육아 참여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기존 활동 분야(교육·건강·일상·놀이)에 ‘관계’ 부분을 추가해 다양한 육아 미션을 수행하고 온·오프라인 멘토링을 통해 육아 노하우를 공유한다.
현재 공개된 미션 중 교육 미션은 ‘아빠와 함께 인사 나누기’다. 이는 <하루 10분 아빠 육아>의 저자 안성진 씨가 내놓은 미션. 그는 “공부보다 더 부각되는 것이 아이의 인성이며, 인성 교육은 아이가 어릴 때 가정에서 시작된다”고 전제하고, 인성을 키우는 방법 중 예절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인사 배우기’를 미션으로 제시했다. 이 미션을 수행하는 방법은 다양한 상황에서 아이가 예쁘게 인사하는 모습을 찍어 공식 카페에 올리는 것이다.
안 씨는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아이가 부끄러움이 많아 인사를 잘하지 못한다고 해서 억지로 인사를 시키지는 말라”면서 “인사가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 되면 안 된다. 왜 인사를 해야 하는지 알고, 자연스럽게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가장 중요한 점은 아빠가 먼저 인사 달인이 되는 것”이라면서 “아이는 아빠가 말한 대로 하지 않는다. 아빠가 보여주는 대로 따라 한다”고 강조했다.
놀이 미션도 진행 중이다. 이 미션은 김태규 씨가 제시한 것으로, 첫 놀이 미션은 ‘스마트폰 멀리하고 아빠와 함께 신나게 놀기’다.
김 씨는 미션 제안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스마트폰이 아이의 언어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것은 확실한 사실입니다. 저는 언어치료사로 일하고 있는데, 매일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면서 요즘 아이들의 스마트폰 문제를 절실히 느끼고 있죠, 아이의 언어발달이 늦은 경우 가정환경(부모의 양육태도 등)만 바꿔도 아이의 언어가 크게 향상되는 사례가 많아요. 그런데 요즘 부모의 양육태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스마트폰입니다.”
여기에 더해 구체적인 놀이 방법도 알려줬다. 기저귀를 뗄 무렵의 아이와 함께하는 ‘기저귀 안녕~’, 3~4세 아이의 ‘수건 꼬리잡기’, 5~7세 아이의 ‘카드 뒤집기’ 등이다. 이러한 미션도 마찬가지로 아이와 함께 신나게 노는 모습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찍어 공식 카페에 올리면 된다.
5월 14일 ‘100인의 아빠단’ 7기가 발대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사진=보건복지부) |
아빠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
아빠단 진행기간 동안 멘토와 초보 아빠들은 인터넷 카페(cafe.naver.com/motherplusall)를 중심으로 활동하게 된다. 아빠단이 아니라도 누구나 커뮤니티에서 육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아빠단의 활동을 전파하고 아빠의 육아 참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확산하기 위해 하반기 중 ‘육친소(육아하는 아빠 친구를 소개합니다) DAY-1박2일 숲캠프’도 진행할 계획이다. ‘육친소 DAY’는 아빠단 활동 경험이 있는 아빠가 친구 또는 지인의 가족을 직접 초청하는 행사로, 2016년 처음 시도된 프로그램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육아와 가사를 부부가 함께하는 문화가 전 사회적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100인의 아빠단을 통해 아빠들이 육아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쌓고 이를 공유·확산함으로써 부부의 동등한 가사·육아 참여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가족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육아에 서툰 초보 아빠들이 가진 다양한 고민을 속 시원히 해결할 수 있도록 네이버 맘·키즈와 함께 온라인상에서 ‘아빠 육아 상담소’를 운영한다. ‘아빠 육아 상담소’에는 정신과 전문의 정우열, 심리학 칼럼니스트 강현식, 인문학 작가 권영민 등 6명의 육아 선배 아빠가 참여하며, 접수된 고민에 대한 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고민 접수 등 자세한 사항은 가나다 캠페인 공식 포스트(post.naver.com/babybirth_mw)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