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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검정교과서 도입 한 달…“예문 다양해져 좋지만 온라인 수업자료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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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부터 전국 초등학교 3·4학년의 수학·사회·과학 교과서가 국정에서 검정으로 전환됐다. 사진은 민간 출판사들이 낸 교과서. / 한준호 기자

“초등학교 검정교과서 개편에 맞춰 특별히 위원회를 꾸려 수업에 쓸 책을 선정했어요.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개념 설명과 구성에 주안점을 뒀죠. 이전보다 학생 수준에 맞는 교육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어요.”(초 4 담임교사 김모씨)

 

“오히려 수업자료를 준비하기 더 어려워졌어요. 현장에서도 불편하다는 반응이 많아요.”(초 4 담임교사 최모씨)

 

올해 새 학기부터 초등학교 3·4학년의 수학·사회·과학 교과용 도서가 국정에서 검정으로 바뀌면서 교육계 의견이 엇갈린다. ‘다양성 확보’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는가 하면, 획기적인 교육과정을 찾을 수 없다는 아쉬움이 나오고 있다. 특히 올해 첫 시행인 만큼 적합한 수업자료가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부터 검정교과서 전환이 확대되는 만큼 강화된 집필기준과 새로운 심의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초등학교에 ‘검정교과서 체제’ 시행되자…

앞서 교육부는 지난 2019년 ‘초등학교 검정교과서 전환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부터 초등 3·4학년의 국정교과서(국어·과학·도덕·사회·수학) 중 수학·사회·과학은 교육부가 직접 제작에 관여하지 않고 민간 출판사가 편찬한다.

 

교과서 발행체제가 달라진 이유는 교육과정의 자율화 때문이다. 그간 국정교과서는 학생들의 기초지식과 바른 인성함양 등에 초점을 뒀다. 교육부는 학습의 동기·흥미를 더욱 부여하고자 교과서 검정화를 추진해 교육의 다양성을 보장하기로 한 것이다.

 

학교 현장의 반응은 어떨까. 한 달간 검정교과서로 수업을 한 교사들이 가장 반긴 것은 바로 ‘학생의 이해력 향상’이다. 대구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4학년 교사 김모(34)씨는 “이전과 달리 지금은 출판사별로 개념 설명에 활용되는 예문이 많아지면서 다각화된 방향에서 내용을 쉽게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실험·실습이 많은 과학 과목에서 효과적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인천 모 초등학교 3학년 담임 오모(30)씨는 “이전보다 실습방식과 실험도구가 다양해진 점에서 학생들이 좀 더 흥미를 느낀다”며 “덕분에 과학의 원리나 개념을 쉽게 이해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쉽다는 의견도 있다. 다양한 예문이 모든 과목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문제제기다. 김해 모 초등학교 3학년 교사 권모(30)씨는 “과학은 예문이 다양해진 게 맞지만, 사회는 그렇지 않다”며 “여전히 지역의 특성을 설명하는 사례들이 부족해 교사가 직접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교과서가 달라지면서 이전까지 수업에 썼던 자료의 활용이 어려워진 것도 문제다. 인천 모 초등학교 3학년 교사 양모(30)씨는 “기존에는 교재가 통일돼 전국의 교사가 수업방법, 단원·수준별 학습과정에 필요한 자료를 함께 구성하고 학생의 지도방식을 논의했다”면서 지금은 학교마다 선정한 교과서가 제각각이고, 교재별로 차시와 단원의 순서가 조금씩 달라져서 그러지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대구 모 초등학교 4학년 담임 윤모(31)씨는 “요즘은 비대면 수업이 많은 상황인데, 검정교과서의 경우 아직 온라인으로 활용할 자료가 부족해 불편하다”고 했다.

 

물론 출판사에서 교사용 수업자료 등을 별도로 제공한다. 그러나 실용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초등 4학년 교사 현모(31)씨는 “수업에 활용할 PPT와 단원 평가 문제 파일이 교과서와 함께 수록됐지만, DVD였다”며 “요즘 CD를 지원하지 않는 컴퓨터가 많은데, 왜 USB가 아닌 구형 도구를 제공했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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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집도 바꿀까요?”…자녀 학습 고심하는 학부모

교과서 발행체제의 변화는 교사뿐만 아니라 학부모 사이에서도 관심사다. 교과서가 달라지면서 기존에 쓰던 문제집을 함께 바꿔야 하는지 고민하는 경우가 늘었다.

 

인천에서 초 3 자녀를 키우는 한 학부모는 “교과서마다 순서나 예시가 다른 만큼 최대한 학교가 정한 출판사의 문제집을 고려하고 있다”며 “아이의 학습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여러 출판사의 문제집을 병행하는 일도 있다. 초 4 자녀를 둔 다른 학부모는 “아이가 이전에 사용하던 문제집이 잘 맞다 보니 갑자기 교재를 바꿀 수 없어 수업용과 복습용을 따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집 선정을 두고 학교에 문의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서울 모 초등학교 4학년 교사 이모(36)씨는 “개학 전부터 학교가 어떤 출판사를 선택했는지, 교재엔 무슨 내용이 포함됐는지를 문의하는 엄마들이 많았다”며 “여러 출판사 문제집을 놓고 어떤 부분이 학습에 효율적인지를 묻는 질문도 있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부모들은 금전적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은 “과거에 비해 과목별로 출판사의 교재를 따로 구매하는데, 또 출판사는 비슷한 내용의 보조교재를 꾸준히 시장에 내놓고 있다”며 “그만큼 학부모의 비용 부담이 늘고 있다”는 입장이다.

 

검정교과서 확대에…교육계 “방향성 꼼꼼히 살펴야”

앞으로는 국정교과서의 비중이 줄고 검정교과서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일단 내년에는 초등 5·6학년까지 확대된다. 바뀌는 과목은 수학·사회·과학이다. 다만 가치관 형성에 민감한 시기인 초등 고학년때 집필의 주관성에 대한 우려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자녀의 교과서 선정에 참여 의지를 보이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초등 4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이모씨는 “아직까지는 교사가 교과서를 미리 정한 다음 학부모에게 알려주는 방식”이라며 “앞으로는 교과서 선정 과정에 학부모 대표를 포함시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도록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교육 전문가들은 집필 기준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출판사가 집필에 대한 책임이 있는 만큼 민감한 내용이 포함된 과목의 심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며 “다양한 관점을 균형 있게 제시할 수 있도록 현장 교사들과 학계로 꾸린 위원회를 재구성하고, 집필 과정의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별개로 심사 절차를 바꾸라는 의견도 있다. 교육부가 교과용 도서의 창의성 개발을 목적으로 수정 여부를 집필진의 선택에 맡긴 것을 지적한 것이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교총은 “허술한 검사절차의 책임은 결국 교과서를 선택한 학교가 떠맡는 꼴”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오류를 관리·감독해 교과용 도서로서의 기본적인 질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처: 조선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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