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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의 이면, 영어교사가 스페인어 수업을 하는 세상

 

오는 2025년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에서 고교학점제가 실시된다. 이 제도는 2020년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이해충돌’ 양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이해충돌’ 부분이 고스란히 학생들의 학습권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부터 이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영어교사가 스페인어 수업을 한다?

 

경기도교육청은 올해 초 전국에서 최초로 고교학점에 지원 조례를 만들어 아래와 같이 시행하기로 했다. 이후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월 9일 원안대로 가결해 해당 조례안을 본회의에 넘겼다.

 

 

조례안에는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교육감의 책무와 매년 고교학점제 지원 계획 수립 및 시행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학생 및 교사 대상 실태조사 실시 ▲기타 행·재정적 지원 등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경기도교육청이 ‘교사의 부전공 취득’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도 명시돼 있다. 조례안 8조 3항에서 ‘고육감은 고교학점제 운영을 위해 교사들의 부전공 및 연수 등에 필요한 예산을 예산 범위 내에서 지원할 수 있다’고 밝힌 것.

 

따라서 올해 경기도교육청이 시행하는 부전공은 아래 공문과 같다. 여기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부전공을 취득하고자 하는 교사의 교육 실효성과 부전공 수업을 받기 위한 자격이 바로 그것이다. 

 

 

다른 과목에 비해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외국어 과목인 ‘스페인어’. 이 과목의 경우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경기도 모 대학교에서 29명에 대한 부전공 특별연수가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국스페인어교사, 전국대학 스페인어과 학과장, 한국스페인어문학회 소속 총 109명이 이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냈다. 아울러 이들은 지난 5월 23일 경기도교육청 교육역량개발과와 경기도의회 교육기회위원회에 항의공문을 보냈으며, 아직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이들이 보낸 항의공문에는 이와 같은 질의 내용이 담겼다. 첫째, 현재 부전공 연수의 대상자(교사)가 인접학문(동일교과군)의 자격을 인정받아 선정되었는가. 둘째, 고교학점제 연구·선도 학교 학생과 교사 대상 실태조사 등의 사전연구가 ‘스페인어 교육’부분에 있어서 정확하게 이뤄졌는가. 또한 그 검토 근거는 무엇인가? 셋째, 제2외국어의 다른 외국어 과목과 다르게 스페인어만 전임교사를 선발하지 않고, 부전공 연수를 시행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경기도교육청은 행정상 전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관련법에 따라 부전공자격 연수는 30학점(450시간)을 시행하는 것을 근거로 두고 있으며, 스페인어 부전공 또한 예외없이 적용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스페인어교사회는 “7개월 동안 교육을 통해 언어, 문화, 사회 부분을 학습하며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다는 발상이 놀랍다”고 비판했다. 

 

고교학점제 취지 살리고 부전공 취득하려면

 

고교학점제의 취지는 학생들이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 이수하고 학점을 취득해 졸업을 하는 것이다. 고교학점제를 시행하기 전에도 이미 영재고 등 전국형 자사고에서는 일부과목을 학점제로 시행하고 있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인지해야 할 부분이 있다. 학생이 모든 과목을 학점제로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필수 이수(단위)과목’을 제외한 선택부분은 자율편성단위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 또한 기초교과 영역이 전체의 50%를 넘지 못하게 돼있다는 점도 꼭 알고 있어야 한다.

 

일선 학교는 학교자체의 교원으로 수급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지역 클러스터 또는 인접 학교 그룹을 연합해 ‘순회교사’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전문가 그룹으로 할 수 없는 경우 부전공을 통해 다교과 역량을 개발하고, 교육받은 교사를 통해 수업을 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교육부 교원양성연수과 관계자는 “부전공 교육 등의 정책은 교원충원 방향이 현행법령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사항”이라며 “경기도교육청의 부전공 연수는 이와 동일한 선상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교육부·교육청의 방향과 밀어붙이기식의 교육행정이 과연 학생들을 위한 정책일지 의문이다. ‘7개월 교육으로 외국어를 배워,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보자. 선진국을 향하는 대한민국 교육의 근간에 ‘행정 편의주의’가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들여다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출처: 조선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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