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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 취소 ‘혼란'에서도 학생들은 ‘집중’…대원·영훈국제중 가보니

-학생들 “내가 먼저 발표할래요”…교사 이마에는 땀방울 ‘송송’
-법원, 다음 주 중 가처분 최종 인용 여부 결정할 듯
-혼란에도 학교에는 입학 문의 계속


기사 이미지
영훈국제중에서 과학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신영 기자


“아이들한테는 영향이 가면 안 되겠죠. 예전과 같이 수업에 집중하고 있어요.”
“선생님, 제가 발표해도 될까요? 제일 먼저 손들었는데…”

국제중에서 만난 교사와 학생들의 말이다. 최근 두 달여간 서울 광진구 대원국제중학교와 강북구 영훈국제중학교는 특성화중 운영성과(재지정) 평가로 시끄러웠다. 정확히 말하면 학교 안보다는 학교 밖에서의 혼란이 컸다. 하지만 여느 때처럼 공부에 열중하는 학생들에게, 학교를 둘러싼 잡음은 딴 세상 일인 듯했다. 교실에서는 발표 기회를 얻으려는 학생들의 손이 번쩍 올라왔고,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는 선선한 교실에서도 땀방울을 흘렸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에 대한 특성화중 운영성과(재지정) 평가를 진행하고 지정 취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후 교육부가 서울시교육청의 결정에 동의하자 두 학교는 법적 대응에 나선 상황. 하지만 어른들의 씨름과 달리, 학생들의 혼란은 크지 않았다. 최근 찾은 두 학교 모두 어수선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강신일 대원국제중 교장은 “예전과 다름 없이 학생들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평가에서 취소 결정을 받았던 한 고등학교의 경우, 교문에 ‘교육은 죽었다’는 취지로 근조 화환이 놓이는 등 소란이 학교로까지 옮겨왔다. 하지만 강 교장의 말처럼 지난달 말 방문한 대원국제중 교정은 평화로웠다. 교내에는 학교 행사를 알리는 안내문과 학생들이 만든 엽서 등이 붙었을 뿐, 재지정 평가 결과에 대한 알림이나 항의 표시는 찾을 수 없었다.

교내에서 진행된 자유학년제 활동에 참석한 대원국제중 1학년 학생들은 강당에서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 법과 인권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거리두기를 하고 앉은 학생들은 강사의 말에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재학생 이모군은 “친구들과 따로 학교(재지정 평가 관련) 이야기를 해본 적은 없다”며 “(혼란과 관계없이) 그냥 공부나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 대원국제중의 한 교사는 “학부모들의 분노는 크지만, 교실에서 느끼기에 아이들이 혼란스럽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수업시간도 평소와 다름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제중 학부모들은 수 차례 집회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반대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이들의 자녀는 국제중 교육과정을 모두 이수하고 졸업할 수 있지만, 평가 절차 문제를 지적하는 것과 함께 아이들의 '모교'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다.

이 같은 모습은 이달 초 찾은 영훈국제중도 마찬가지였다. 교실 분위기는 예상보다 더 뜨거웠다. 교실 밖까지 울려 퍼진 원어민 교사들의 목소리가 귀에 꽂혔다.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목소리였다. “Let’s Do it.” 과학을 맡은 Ken Byrne 교사는 마치 직접 교실에서 제자들을 마주한 듯 몸짓과 손짓을 섞어가며 수업했다. 에어컨 바람이 느껴질 정도로 선선한 교실이었지만, 그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모니터 건너에 있는 학생들도 큰소리로 대답하며 수업에 참여했다. 학생들의 얼굴을 더 잘 보려는 듯 모니터 화면은 교실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도 띄워져 있었다. 영훈국제중은 현재 국어를 제외한 영어·수학·과학·사회 등 주요 교과는 한국어와 영어 두 가지 언어로 수업한다.

등교 수업을 진행한 2학년 교실에서는 책상에 설치된 투명 칸막이 위로 손 수십개가 '번쩍' 올라왔다. 발표 기회를 얻으려는 학생들의 손이다. 마스크를 꼈지만 발표하는 학생의 목소리는 또랑또랑했다. 김찬모 영훈국제중 교장은 “우리 학교는 정해진 답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답을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데 초점을 맞춘다”며 “일반중으로 전환되면 10년 넘게 쌓아온 학교의 장점을 잃어버릴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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