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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교육칼럼 ] AI 교육 시대, 책읽기와 글쓰기의 필요성



교육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2025년부터 초중고 교육과정에 AI 교육이 전면 도입될 예정이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 속 격변하는 사회구조가 새로운 교육정책을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의제가 최초로 다뤄진 이래로 지난 5년간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들이 세상의 변화를 선도해왔고 그 중심에는 AI가 있었다. 더욱이 코로나19로 각 분야의 디지털화가 급격히 빨라진 상황에서, 그 본질상 미래를 지향해야 할 교육정책이 AI 기술을 통해 앞날을 밝힐 등불을 분주히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의 질문이 가능하다. AI 교육은 어떤 사람을 길러낼 것인가. AI 시대를 설명하는 용어로 ‘하이테크 하이터치’라는 개념이 있다. 하이테크는 서두에 언급한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말한다. 한편 하이터치는 미국의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가 제시한 개념으로 고도의 첨단 기술이 도입될수록 인간과 인간 사이의 마음을 연결할 필요가 있고, 인간의 감성적 역량이 더욱 발달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하이테크와 하이터치 모두가 AI 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요구되는 핵심 역량인 건 분명하나, 대체 가능성 면에서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많은 전문가가 전망하듯이 머지않은 미래에 인간의 지적 노동은 AI에 의해 상당 부분 대체될 것이다. 오늘날의 AI가 정해진 답을 찾는 능력 면에서 이미 인간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따라서 AI 교육이 지향하는 방향은 하이터치 영역 즉, ‘명백히 인간적인, 인간만의 특성’을 함양하는 데에 맞춰질 것이다. 이를테면, 이해와 공감, 타인과의 소통이나 협업, 사람을 향한 깊은 관심에 바탕을 둔 인간적인 사고, 나만의 개성에 기초한 표현력, 새로운 틀을 만들어내는 창의력 등이 있다.

두 번째 질문은 다음과 같다. AI 교육은 어떤 학습 환경을 구현해낼 것인가. 앞에서 언급한 하이테크 기술은 교육 환경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능케 하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는 그 시기를 급속히 앞당기는 결과를 낳았다. 그간 부진했던 온라인 학습환경 조성이 코로나19로 인해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진 것이다. 이제 우리 아이들은 교실이 아닌 줌을 통해 친구들을 만난다.

이런 상황 속에서 AI는 우리 아이들의 학습 조력자로서, 그 구실을 할 수 있다. 아이들 각각의 학습수준과 성향, 진도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진단하여 부족한 부분을 상황에 맞게 보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학습 멘토로서의 역할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과거 우리의 교육이 정해진 시간과 정해진 공간에 다함께 모여 정해진 학습 범위를 교사가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획일화 교육이었다면, 이제는 정형화된 시공간의 제약 없이 개인별 맞춤형 학습 범위를 AI 및 교사와의 소통 하에 학습할 수 있는 개별화 교육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AI는 기존 교사들의 업무 조력자로서의 역할도 담당할 수 있다. 반복적인 평가 업무, 강의자료 단순 구성 등 교사들이 맡은 행정업무의 상당 부분을 AI가 대신하면, 교사들은 그만큼의 여유 시간을 아이들에게 쏟을 수 있다. 1대 1 면담 시간 확충, 유대감 형성을 통한 정서관리, 창의적 내용을 바탕으로 한 수업 기획 등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위에서 설명한 아이들의 하이터치 역량을 개별적으로 극대화할 수 있다. 요컨대, AI 교육은 개별화 교육이 가능한 학습환경을 지향한다.

그렇다면 AI 시대에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역량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먼저 자기주도학습능력이다. 지난해 ‘좋은교사운동’에서 발표한 ‘원격 수업 시 학력 격차 요인’에 관한 자료에 따르면,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다른 요인들을 제치고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원격수업, AI 활용 등 학습 환경의 자유도가 높아질수록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교육격차의 핵심요소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교육부도 공교육의 가장 중요한 책무로서 아이들의 자기주도성 함양을 꼽은 바 있다.

두 번째 역량은 디지털 리터러시다. 리터러시(literacy)의 사전적 의미는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인데 최근에는 그 개념이 확장되어, 여러 영역에서 활용 가능한 근본적인 원리를 찾아내는 능력 또는 자신이 원하는 지식과 정보를 식별하여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교육부는 이른바 디지털 리터러시를 ‘디지털 매체와 테크놀로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 지식과 비판적 사고력, 문제 해결을 위한 커뮤니케이션과 지식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했다. 여기에서 ‘비판’이나 ‘창출’에 방점을 찍으면, 이 또한 AI로는 대체 불가한 명백히 인간적인, 인간만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Back to the Basic’이라는 말이 있다. 진리는 단순함 속에 있고, 인문 정신의 요체 또한 그리 복잡하지 않다. AI 시대가 요하는 구체적 역량에 대해 살펴본 우리는 다시 기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우리가 책읽기와 글쓰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자기주도학습 능력은 다른 말로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다. 이것은 결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손쉬운 방법은 책읽기이고, 꾸준한 책읽기만이 자기주도성의 함양을 가능케 한다. 이를 통해 우리 아이들은 곧 사라질지도 모를 직업만을 쫓아 달리는 경주마가 아닌,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배움을 무기 삼아 의연하게 미래로 나아가는 자기주도적 평생 학습자로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매일매일 글을 쓴다. 물론 그것이 손글씨 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수많은 매체나 플랫폼을 통해 많든 적든 우리는 매일매일 글을 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모두가 디지털 리터러시를 온전히 갖추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세상에는 유용하거나 유익한 글만큼 무용하거나 무익한 글도 넘쳐난다. 그럼에도 우리는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이나 정서를 기록하고 가공하여 타인과 나누고자 한다. 표현에 대한 욕구 또한 인간 고유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물론 디지털 리터러시가 글쓰기에 국한된 개념은 아니라는 것을 앞에서 설명한 바 있다. 다만 확장된 의미로서의 디지털 리터러시인 비판, 창조 능력 등의 개념이 글쓰기와 일맥상통함을 말하려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사회적 교양 수준이나 역량을 뜻하는 용어가 원래는 언어와 관련된 즉 문해력을 의미하는 단어인 리터러시에서 출발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글쓰기는 인간의 이성과 감성이 고도로 융합된 창작행위로, AI로는 도저히 대체 불가한 인간 고유의 능력이다. 유용하거나 유익한 글을 지향하며 올바른 글쓰기를 꾸준히 수행하다 보면, 그 시간이 쌓이고 쌓여 결국 AI 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의 하이터치 역량과 디지털 리터러시가 빛을 발하는 날이 도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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