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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유 교육평론] 보건교과서 10년 만에 수정, 교육감들이 해냈다

2009년 1월 인정 승인 후 지금까지 내용에 수정 및 개정이 없는 서울시교육감 인정 승인 초등 5, 6학년 보건교과서. 교육감 인정 교과서는 어느 교육감이 승인하든 전국에서 교사들이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사진=지성배 기자)
2009년 1월 인정 승인 후 지금까지 내용에 수정 및 개정이 없는 서울시교육감 인정 승인 초등 5, 6학년 보건교과서. 교육감 인정 교과서는 어느 교육감이 승인하든 전국에서 교사들이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사진=지성배 기자)

[에듀인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1월 13일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 10년 동안 수정되지 못한 초등의 보건교과서를 일괄 수정하자는 안건을 제출했다. 6명의 교육감을 제외하고 11명이 안건에 동의해 보건교과서 수정 건은 가결됐고, 보건교과서 개·수정 작업은 탄력을 받게 됐다. 이로써 전국에서 처음으로 보건교과서 개정을 약속하고 행정절차에 들어갔던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의 선견지명과 이를 이어받아 교육감협의회에 공론을 불러일으킨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노력은 결실을 맺게 됐다.


보건교과서 수정 안건에 적극적으로 동의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을 비롯해 장휘국(광주), 설동훈(대전), 노옥희(울산), 최교진(세종), 김승환(전북), 임종식(경북),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안건 제안)의 시각은 “인정도서인 보건교과서 수정은 교육감 위임사무이고 아이들을 위해 마땅히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인정도서인 초등 보건교과서에 대한 교육감 권한을 강조하고 동시에 이 문제를 교육청에 미룬 교육부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수정을 동의하되 보완해야 할 지점을 제시한 교육감들의 논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당연히 수정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되, 수정 권한은 인정도서 신청 주무자인 학교장의 역할”이라는 점을 강조했고,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수정의 필요성을 동의하며 현재의 초등 보건교육을 발전시키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세심함을 보여주었다. 또 김병우 충북교육감은 “일괄수정보다는 해당 교과서를 인정한 시도교육청(서울과 경기)에서 개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은근히 서울시교육청의 떠넘기기식 안건을 꼬집었다.


안건에 쉽게 동의하지 못한 전교조 조합원 출신 교육감들의 견해는 어떨까? 일찌감치 기자회견을 통해 보건교과서 수정과 개정을 주장했던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2015교육과정이 적용되는 시기에 2007교육과정을 수정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언급했다. 이는 사실상 수정보다는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는 시각으로 해석된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강원도에는 초등 보건교과서가 없다”고 회피했고,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2007년에 만들어진 교과서를 수정해도 2015교육과정에서 쓸 수 없다”며 동의하지 않았다. 이 부분은 15년 동안 교육부 교육과정심의회 위원을 역임한 필자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논리다. 2015에 맞게 수정해서 쓰면되는 것인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이 문구를 대신 써 준 관료가 있다면 국어공부를 다시 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 위원장 시절 보건교육에 애정을 보여주던 장석웅 전남교육감은 “교육부장관이 고시하는 교과목 외의 초등 국·인정교과목은 없다(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음. 현재 보건교과서는 법률에 의해 장관이 교육감에게 위임하여 정식 초등 교과서로 쓰이는데…). 우리 도는 학습자료를 만들어 쓴다”며 전국에서 가장 낙후된 전남 보건교육의 현실을 민낯으로 드러냈다. 전남이 그렇게 열악한 보건교육을 유지하는 것이 자랑스러운 일인지 성찰해야 할 대목이다.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초등교육과정에 없는 보건인정도서를 취소하고 현재 초등교육과정의 보건교육에 적합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는 사실상 초등 국가보건교육과정을 정식으로 수립하여 보건교과목을 필수로 하자는 강력한 주장과 일견 다름이 없어 보여서 앞으로 박 교육감의 행보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로써 그동안 교육부 직무해태로 빚어진 보건교과서 개·수정 문제는 일단락되었지만 이 과정에서 불거진 교육부의 부적절한 행태나 일부 교육청 담당 관료들의 이기적인 행위는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로 대두되었고, 국가교육과정의 교육전문직 독점구조와 폐쇄적인 입시위주 교육과정은 반드시 청산되고 혁신해야 할 과제로 남게 되었다.


보건교과는 우리 교육사에 부침을 겪은 유일한 과목이다. 미군정 시기와 대한민국 제1차교육과정기에 보건과목은 필수과목이었지만 1963년 박정희 군사정부에 의해 폐지되어 교련과목과 체육과목에 흡수되었다. 이후 민주화 시기가 도래하고 민간 차원에서 보건교과 추진이 시도되었지만 교육부는 필사적으로 과목 신설을 저지했다. 그러나 2002년 노무현 대선공약에 보건교과 신설이 채택되었고 2007년 헌정사상 처음으로 입법을 통해 보건과목이 만들어졌다.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교육부 장관만이 신설할 수 있었던 교과 신설이 우옥영 보건교육포럼 이사장을 중심으로 한 현장 보건교사 집단에 의해 이루어졌던 것이다.


2008년 보건과목이 초등은 의무시수로, 중등은 선택과목으로 불완전하게 도입됐다. 그러나 국가교육과정이 개정될 때마다 보건과목의 개정 고시는 제외됐고 시대 흐름에 따른 내용의 반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세상천지에 아이들이 배우는 정규 교과목의 교과서를 개·수정하 못하도록 방기하는 나라가 어디에 있을까? 교육부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고 힘없는 보건교사들에 의해 신설되었다는 이유로 괘씸죄에 걸린 보건교과서는 지난 10년 간 방치되고 핍박받고 감축됐다. 뒤늦게나마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보건교과서 수정 결의가 나온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이를 위해 피눈물을 흘린 (사)보건교육포럼을 비롯한 보건교사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미흡하나마 의론을 수렴해서 수정 가결을 해준 교육감들에게 모처럼 국민을 위해 좋은 결정을 내렸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이참에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생활교육의 대표주자인 보건교육을 초·중등에서 필수과목으로 운영할 것을 적극 검토해 보기 바란다. 대한민국 저출산 시대에 웰빙 건강교육을 새싹같은 아이들에게 선사하기를 간곡히 권한다.


김대유 경기대학교 초빙교수
김대유 경기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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