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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2
바닷속에 외계인이 산다!
  • 등록 2021.03.12 10:00


비교적 새로운 과학 분야 가운데 우주생물학이 있습니다. 우주생물학은 말 그대로 우주의 생물을 연구하는 학문이에요. 우주생물학 연구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주제는 의사소통입니다. 언젠가 외계생명체와 마주친다면 우리는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요? 지구인이 오랫동안 써 온 의사소통 수단인 말과 글은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요. 심지어 어떤 외계생명체는 청각이나 시각이 아닌 화학물질로 소통할 수도 있습니다.

운 나쁘게도 인간 땀 속의 여러 화학물질 가운데 하나가 외계생명체에게 적대감이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가 아무리 호의로 접근하더라도 그 외계생명체는 적대적일 수밖에 없을 거예요. 심지어 그들에게 우리가 식욕을 돋우는 먹을거리라면 잡아먹힐 수도 있고요.

이렇게 외계생명체와의 소통을 고민하는 과학자는 지구의 지적 생명체에도 관심을 둡니다. 그들이 흥미를 보이는 동물 가운데 하나가 문어예요. 뜬금없이 나온 문어라는 단어에 놀랐나요? 지금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문어가 맞아요. 동그란 모양의 다코야키 속에 들어 있는 쫄깃쫄깃한 식감의 문어요. 도대체 문어에게 어떤 특별한 점이 있기에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걸까요?


철학자 피터 고프리스미스는 아더 마인즈라는 책에서 문어를 중심으로 의식(consciousness)의 기원을 탐구했습니다. 그는 문어와의 교류는 지성을 지닌 외계인과 만나는 일과 가장 비슷하다고 힘주어 말해요.

실제로 문어는 몸속에 5억 개 이상의 신경세포(뉴런)를 지닙니다. 인간 뇌의 신경세포 수인 약 1,000억 개보다는 적지만, 개 같은 포유류와 비슷한 수준이죠. 그런데 문어의 신경세포는 뇌에만 모여 있지 않고 여덟 개 팔에 흩어져 있어요. 여덟 개의 팔은 때로는 뇌와 협력하고, 때론 독립적으로 기능하죠. 여덟 개의 팔이 아니라, 여덟 개의 뇌인 셈이에요.


인간과 문어는 약 5~6억 년 전에 공통 조상으로부터 갈라져서 진화했습니다. 수억 년의 시간 동안 인간과 문어는 육지와 바다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아주 상이한 모습으로 진화했죠. 그런데 흥미롭게도 두 가지 신체 구조는 비슷합니다. 하나는 이에요. 비록 문어는 색맹이지만요.

다른 하나는 신경계입니다. 두 생명체는 육지와 바다에 사는 어떤 동물보다도 복잡한 신경계를 지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복잡한 신경계를 갖게 된 이유는 달라요. 인간의 신경계와 지능이 정교하게 발전한 이유는 더불어 살아야 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문어는 혼자서 생존하기 위해 지능을 향상했습니다.

문어는 진화하며 (달팽이 집 같은) 원형 껍데기가 몸에서 사라지게 됐어요. 무거운 껍데기가 없으니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사냥할 수 있었죠. 하지만 그 대신에 자신을 지켜 줄 보호막은 없었고요.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바다에 사는 어떤 물고기라도 문어를 공격할 수 있어요. (실제로 물고기 떼가 문어를 공격하곤 합니다.)

공동생활도 하지 않으니 자신의 몸은 자기가 지켜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어는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신경계를 발전시켰고, 상당한 지능을 갖게 되었죠. 코코넛 껍질을 이동식주택처럼 가지고 다니다가 숨거나, 자신이 잠자는 굴 앞을 서너 개의 돌멩이로 막아 놓는 행동은 그런 진화의 결과입니다.그나저나 이 글을 읽은 친구들이 걱정됩니다. 『문어의 영혼』과 『아더 마인즈』를 읽은 뒤부터 저는 다코야키나 문어탕 등을 마음 편히 먹기가 어려워졌어요. 아니나 다를까, 유럽연합(EU)에서는 이 특별한 동물을 일종의 명예 척추동물로 간주해 동물실험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답니다.

우주 어딘가에 있으리라고 생각하던 지적 생명체가 지구의 바다, 혹은 우리 식탁 위에 있었다니 얼마나 놀라운가요. 그나저나 정말로 우리는 외계생명체와 만날 수 있을까요? 그런 만남을 기다리는 우리에게 훌륭한 소통 연습 상대인 문어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아주 기쁜 일입니다. 문어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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