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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없는 ‘혁신 대학’… 고등교육 개념이 바뀝니다”

여기, 한 대학이 있다. 이곳에는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선 캠퍼스도, 물리적인 강의 공간도 없다. 학생들은 4년간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세계 각지를 옮겨다니며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모든 활동의 주도자는 온전히 학생. 능동적으로 다른 친구들과 토론하고 그룹 학습을 하며 잠재력을 발현한다.

 

내년 3월 개교 예정인 태재디지털대학교(태재대학)의 이야기다. 태재대학은 세계적인 혁신 대학 미네르바스쿨의 교육 방식을 적용한 국내 최초의 대학이다. 겨울의 끝자락, 학교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설립준비위원장 염재호(67) 고려대 전 총장을 찾아갔다.
 

“최고의 교수진 확보”

문을 열고 들어선 사무실. 하얀 벽면을 채운 색색의 일정표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교사 확보, 교육 과정 개발, 학사관리 시스템 구축, 신입생 모집…. 내년 3월 전까지 달마다 해야 할 일들이 주제별로 스케줄표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기존에 없던 학교를 만들려니 신경 쓸 게 많네요(웃음).”

 

태재대학은 국내 가구 산업을 이끈 조창걸 한샘 창업주가 사재를 들여 만드는 대학이다. 태재(泰齋)는 유교 경전 주역에서 따온 말로 ‘인류 공영의 실현’을 의미한다. 국제 사회에 이바지할 미래형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목적으로 이 같은 이름을 붙였다.

 

“우리 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대학의 틀을 벗어났다는 겁니다. 온라인으로 수업이 이뤄지지만 일반적인 사이버대학이 아닌 혁신 학교로 주목받는 미네르바스쿨을 벤치마킹했어요.”

 

지난 2014년 문을 연 미네르바스쿨은 ‘캠퍼스 없는 대학’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는 온라인으로만 수업이 이뤄진다. 학생들은 4년간 미주, 유럽 등에 자리한 7개 도시를 돌며 기숙사 생활을 하고 지역 내 기업 혹은 단체와 협업해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남다른 교육 방식으로 이제는 하버드대학교 못지않게 입학 경쟁률이 치열한 대학이 됐다.

 

염 위원장은 “소규모로 토론 수업을 하고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는 교육 방식은 미네르바스쿨과 태재대학 간의 공통점”이라고 했다.

 

“차이점을 든다면 동북아를 중심으로 순환 학습을 한다는 것입니다. 세계 문명사의 무게 중심이 동아시아로 옮겨가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결정이죠. 학생들은 동북아 미래에 중요한 역할을 할 한국과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의 대표적인 도시에서 그 지역과 연관된 연구를 수행하게 됩니다.”

 

올 하반기 학생 모집…면접으로 합격자 가려

태재대학은 오는 10월께 교육부로부터 최종 설립 인가를 받을 전망이다. 가장 공 들이는 부분 중 하나는 학생들의 발전과 성취를 촉진할 수 있는 교원 영입. 신생 대학 입장에서는 교원 확보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을 수밖에 없다. 염 위원장은 “학생들이 신뢰를 갖고 태재대학에 들어올 수 있도록 일반적인 사이버대학보다 더 좋은 대우를 해서라도 최고의 교수진을 확보하려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교수와 학생을 보조하는 팀도 별도로 꾸리기로 했다. 그중 하나가 교육학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교육혁신센터다. 센터의 역할은 한마디로 ‘교수를 교수하는 것’. 수업 내용과 학생들의 피드백을 모니터링한 뒤 더 나은 강의를 위해 교수가 보완해야 할 점을 알려준다. 고등학교 때부터의 활동 내역을 살펴보고 학생들의 진로 탐색을 지원하는 교원도 따로 두기로 했다.

 

‘최고의 학생’을 모으는 일에도 힘쓸 예정이다. 태재대학의 모집정원은 한국인 100명, 외국인 100명 등 총 200명. 지원자들은 선발 과정에서 총 세 차례의 심층 면접을 보게 된다.

 

염 위원장은 “학업 능력도 보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세계를 경영하고 역사를 바꾸겠다는 비전과 도전의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본교 수업이 모두 영어로 이뤄지긴 하나 면접은 한국어로 진행된다”며 “영어를 잘 못하는 학생에게는 입학 후 6개월 정도 언어 트레이닝을 시켜줄 계획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을 위한 배려는 또 있다.

 

“적어도 이 학교에선 능력은 있는데 돈이 없어 공부를 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없게 할 겁니다. 학비가 1년에 900만원 정도인데 최소한 국가장학금 대상 하위 5분위까지는 해외 체류비까지 다 대주려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염 위원장은 태재대학의 설립이 다른 고등교육기관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촉구하길 희망했다. 그는 “우리 학교의 모습을 보고 ‘저렇게도 할 수 있구나!’ 하며 프로그램을 변형해 각 대학에 맞게 활용하길 바란다”고 했다.

 

“고등교육에 대한 개념도 바뀌길 기대합니다. 전공 지식을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게 대학 교육이라고 생각해선 안 돼요. 객관화된 지식은 이미 너무 많은 매체에서 학생들이 얻을 수 있습니다. 그보다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남들이 생각하지 않은 정보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합니다. 그게 고등교육기관의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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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종로구 태재재단서 만난 염재호 태재대학 설립준비위원장. 염 위원장은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를 거쳐 2015~2019년 동 대학에서 총장직을 수행했다. 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출석을 부르지 않고 상대평가와 시험감독을 없애는 '3무(無) 정책'을 시행해 관심을 받았다. /이경호 기자
 
출처: 조선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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